- 내달부터는 신작 모음도 무대에

- 변현주 대표, 사람간 관계 강조
- “끊임없이 사회에 말 걸어갈 것”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극단새벽이 극단의 역사를 관통하는 대표 단막극과 단원들이 직접 만든 창작 단막극을 릴레이로 선보인다. 어제와 오늘의 시선을 잇는 기획 연극을 통해 다음 세대의 창작 역량을 확인할 수 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단막연극의 맛을 느껴볼 기회다.

창단 40주년을 맞이한 극단새벽이 효로인디아트홀에 올리는 ‘RE;PLAY 우리시대의 삽화’ 가운데 3인극 ‘회사생활’. 극단새벽 제공

극단새벽은 창단 40주년 기획 단막극 모음 시리즈를 상반기에 릴레이로 상연한다. 먼저 오는 27일까지 효로인디아트홀(부산 연제구 연산동) 소극장에서는 레퍼토리 단막 모음 ‘RE;PLAY 우리시대의 삽화’를 공연한다.

다음 달 18일부터 7월 13일까지는 단원들이 창작한 단막극을 묶어 올리는 신작 단막 모음 ‘2024 우리시대의 삽화’를 무대에 올린다.

레퍼토리 단막 모음은 1989년부터 2017년 사이 만들어진 극단새벽의 작품 중 관객의 호평을 받은 작품을 엄선해 다시 상연한다. ▷잠에서 깨어나기(1인극) ▷다리 위에서(2인극) ▷회사생활(3인극) ▷비 오는 날의 선술집(4인극) 등 4편을 묶었다. 과거에 만들어진 작품이 현재 세대와 만나 어떻게 시간을 관통하는 울림을 전하는지 느껴볼 수 있다.

‘잠에서 깨어나기’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삶을 해학적으로 드러낸다. ‘다리 위에서’는 청년층과 홀몸노인 등 다소 소외된 사회 구성원의 삶을 통해 깊은 여운을 안긴다. ‘회사 생활’은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의 일상을, ‘비 오는 날의 선술집’은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동자와 가족의 애환을 각각 그렸다.

극단새벽 변현주 대표는 “워킹맘, 노년·청년세대, 노동자의 이야기를 통해 한 장의 삽화처럼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로, 단막극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퍼토리 단막 모음이 끝나면 미래 세대의 창작 역량을 확인해 볼 장이 열린다. 올 초 워크숍을 통해 극단새벽 단원들이 직접 만든 창작 단막극 ▷포포랜드 ▷출근길 ▷뒷담삼중주 ▷동구 밖 미나슈퍼 등 4편의 신작이 ‘2024 우리시대의 삽화’란 이름으로 관객과 만난다. 창작 예술인들이 지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다.

취업 준비생 20대 커플의 짠내 나는 데이트 기술과 현실을 그린 ‘포포랜드’는 청춘의 현실을 웃프게 꼬집고, 첫 출근을 하지 않는 인턴을 기다리며 MZ 논쟁이 시작되는 ‘출근길’은 곁에 있는 존재와 그렇지 않는 존재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발견하게 한다. 각각 사연을 가진 60·50·20대 여성의 뒷담화가 현악 삼중주처럼 울려 퍼지는 ‘뒷담삼중주’는 통쾌하면서도 아릿하다.

오래된 아파트 상가 슈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동구 밖 미나슈퍼’는 떠났던 사람들을 아스라이 떠올리게 한다. 극단새벽은 ‘우리 시대의 삽화’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시민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단막극으로 만들고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시민 참여 단막 공모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 극단으로 40년 세월을 지켜온 극단새벽은 구태의연하지 않고 꾸준히 역량을 키우는 극단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극단새벽은 연극의 특징인 관계성에서 해답을 찾는다. 변 대표는 “관객이 연극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팬데믹 같은 상황, 급변하는 공연문화 속에서 예술단체가 어떤 변화와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지 늘 고민한다”며 “디지털 시대에서 개인이 점처럼 존재한다고 봤을 때, 이들의 연결점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연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끊임없이 사회에 말을 거는 연극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극단새벽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창단 40주년 기획공연을 이어간다. 10월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모티브로 지금 시대를 이야기하는 ‘1984 그 후’를 선보일 계획이다. 단막극 모음 시리즈는 매주 목·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 공연. 3만 원. 문의(051)245-5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