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간 지정 24곳 중 최우수 도시
- 구민 ‘여가 만족도’ 상승 등 성과
- 지속할땐 민간 자율성 바탕돼야

지난 2일 ‘문화도시 영도 출구전략 오픈 포럼’이 부산 영도구 라발스호텔 4층 연회실 볼레로에서 열렸다. 100여 석 객석이 꽉 차고도 주최 측이 보조 의자를 계속 들여놓아야 했을 만큼 열기가 높았다. 영도 주민도 많이 보였다. 다시 열리기 힘든 토론회였다. 정부의 중요 문화정책인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1차 법정 문화도시 사업을 정해진 5개년에 걸쳐 완결(오는 12월까지)하는 곳이 부산에서는 영도구뿐이기 때문이다.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영도구와 협력해 이 사업의 기획·실행을 맡았다.

지난 2일 부산 영도구 라발스호텔에서 영도구·영도문화도시센터·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후원한 ‘문화도시 영도 출구전략 오픈 포럼’이 열리고 있다. 영도문화도시 제공

■문화도시 정책은?

문화도시 정책은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 및 지역주민의 문화적 삶 확산’이라는 비전을, 장기 관점에서, 지역·시민 주도의 거버넌스 형태로, 지역의 자율성·다양성·창의성을 바탕으로, 실행하는 사업이다. 관·중앙 주도가 아닌 민간의 전문성·자발성·참여를 중시하는 특징을 포함한다. 2019년 영도구 등 전국 7곳이 1차 문화도시(2020~2024년 정부 지원)로 지정된 뒤 현재까지 전국 24곳이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지역의 여러 문제·과제를 ‘문화’의 힘으로 풀고 공동체를 좀 더 윤택하게 가꾼다는 발상을 담은 이 정책은 근본적으로 ‘관료 집단’인 정부가 힘줘 추진한다고 믿기 힘들 만큼 대범하고 선진적인, 긍정적 측면이 선명하다. 다만, 긴 안목이 필수다.

■영도는?

포럼에서는 6인이 발제했다.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 이슬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지역경제관광문화연구실 전문연구원,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 전정환 커뮤니티엑스 대표·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한승헌 한국지역경영원 지자체평가사업단장, 강승진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 이들의 발표 곳곳에서 영도 문화도시정책이 가져온 지표 변화가 제시됐다. 그 내용을 참고해보자.

2020년 9월 1일 영도문화도시센터가 개소하면서 영도구의 문화도시정책은 본궤도에 올랐다. 국내 최초 문화도시 브랜드로 세계 디자인 어워드 4관왕 수상부터 ▷문화창업자 수 증가(영상오디오·디자인·출판업·여행사 등 2~5배 상승) ▷문화예술로 시민 고립감·외로움 줄이는 프로그램(문체부장관상) ▷지역문화 자산 온라인 아카이빙 ▷관광 콘텐츠 개발 ▷어린이 문화예술교육 공간·프로그램 대폭 확대 등 변화가 수치와 함께 우선 제시됐다.

■지금 상황은?

그 과정에서 영도문화도시센터는 ‘부산시 15분 도시 문화 핵심 앵커시설’에 선정됐다. 영도구민 여가 만족도는 전년 대비 12.2% 올랐다. 전문 기관이 올해 5월 조사했더니 응답한 영도구민 44.9%가 ‘영도문화도시사업을 안다’(전년도는 31%)고 답했고 영도문화도시센터를 안다고 한 응답 주민은 52.1%에 달했다. 문화도시 정책 지속을 바란 영도 주민 비율은 80%였다(이상 권순석 발표 자료). 영도는 올해 전국 24개 문화도시 가운데 최우수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이날 포럼 개최는 정부의 1차 법정 문화도시 사업이 올해 12월로 종료된다는 데서 비롯됐다. 이는 정부 지원 예산은 더는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문화도시정책을 이어간다고 결정한다면 기초지자체인 영도구가 자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어떤 길로?

방향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로 보였다. 정부 예산 지원이 뒷받침됐음을 고려해도 문화도시 영도가 그간 가꾼 성과는 단순히 예산으로 이룰 수 있는 결과물은 아니다.

영도구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으므로 사업 자체를 접는 방향도 열려 있다. 이 경우 지금껏 이룬 성취와 가능성이 아깝고, 한 번 엎으면 되돌리기는 힘들다. 영도구 산하 문화재단을 만들어 사업을 잇는 선택지도 현장에서 제시됐다. 이 경우 핵심동력 구실을 한 민간의 자율·전문·창의성은 흔들릴 수 있다.

민간 중심 조직을 꾸려 영도구 등과 거버넌스 체제를 가꾸는 방안도 나왔는데 이 또한 조직 안정성 등에서 단점이 보였다. 토론은 활발했다. 조만간 구체적 방식이 정해질 예정이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놓쳐선 안 될 핵심요소는 민간의 자율·창의·전문성·참여라는 생각과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바람은 놓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