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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에 맞선 언니…동생은 그녀를 보고 자랐다

책방, 나라사랑- 강정아 장편소설/강/1만4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8-29 18:23:3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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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적 소설로 느껴지는듯한
- 작가 강정아의 ‘무게있는’ 작품
- 주인공 섬세한 심리묘사 탁월

작가 강정아의 장편소설 ‘책방, 나라사랑’을 읽으며 자주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가벼운 호흡 곤란 증세 비슷하게 책장에 눈길이 딱 꽂혀 책 읽기가 더 진행되지 못하고 잠시 멈추는 일도 꽤 있었다. 이야기는 강했고, 주인공 심리는 섬세하고 실감 나게 묘사된다. 특히 작가 강정아와 비슷한 시기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닌 독자라면 이 장편소설은 훨씬 큰 파문을 가슴속에 일으킬 확률이 높다. 강정아 작가는 1971년생이다.

강정아 작가. 화가 이지현 그림·강 제공
잊었던 기억이 떠올라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고, ‘맞아! 그땐 그랬어. 나도 그랬어’ 하고 공감하느라 말문이 잠깐 막히는 가벼운 호흡 곤란을 체험하게 해준 이 책은 다음 내용이 궁금해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한 장 더 한 쪽 더 한 페이지 더 읽게 됐다. 그러다 소설 말미에 가서 주인공 강지영이 직장 생활에서 내면을 털리고 스스로 당당히 결정해 언니와 엄마가 사는 집으로 돌아오고, 새롭게 느끼고 새롭게 내딛는 장면에서 공감의 박수가 마음에서 터졌다. ‘나도 그랬어. 나도 그러고 싶어!’

‘책방, 나라사랑’은 아주 잘 쓴 소설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주인공 강지영 이야기가 작가 강정아의 자전 스토리라고 믿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문학기행 때 어느 원로 시인에게서 들은 일화다. 그 원로 시인 본인이 겪은 이야기였는지 남 이야기를 전한 것인지는 잘 기억 안 난다. 한 젊은 시인이 폐병에 걸린 젊은 누이에 관한 시를 써서 당선했다. 그 시를 접한 모든 이는 그 젊은 시인의 폐병 걸린 젊은 누이를 깊이 걱정했다. 알고 보니, 그 젊은 시인에게는 아예 누나가 없었다. 상상으로 지어낸 이야기를 시로 썼는데 모두 속았고 그는 붙었다. 이런 관점을 ‘책방, 나라사랑’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이 작품에는 “1971년 통영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논문 ‘자본주의 도시공간에 대한 문학사회학적 연구-김소진 소설을 중심으로’를 쓰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때부터 소설을 써왔다. 여기저기에서 살다가 현재는 다시 통영에 와서 살고 있다”고 책날개에 자기를 소개한 작가 강정아의 삶과 체험도 많이 녹아 있는 듯하다.

정확히 표현은 안 했지만, 아마 진해인 것으로 보이는 도시에서 주인공 강지영은 태어났는데 해군 장교이던 아빠는 두 달 뒤 죽는다. 그래서 아빠 기억이 하나도 없다. 엄마는 그때만 해도 강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우리 집의 대장’ 언니가 있었으니까. 강지영보다 다섯 살 많은 언니는 정말로 똑 부러지는 성격에 매력 넘치고 재능도 책임감도 남달랐다. 그렇게 ‘대장’으로서 집을 건사하던 언니는 마침내 대학에 가고, 독재정권에 맞닥뜨린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자’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언니는 시위 도중 학내로 쳐들어온 진압 경찰에 둘러싸여 폭행당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엄마가 나선다. 가난했고 그다지 현명하지도 않았던 엄마는 언니를 이어 대장이 된다. 그러나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이런 과정을 보고 커가는 주인공 강지영의 삶 또한 만만치 않다. 그 과정을 통과하면서, 우리의 강지영은 성장하며 조금씩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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