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다층’으로 등단한 이은주(사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은주 시인은 부산작가회의 회원, 시전문 계간지 ‘신생’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연대와 어울림의 시세계’를 펼쳐왔다.

이번 시집 ‘초록, 눈부신 소란’은 디지털 기술과 문명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원초적 낙원을 꿈꾸는 시 세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생명과 생태적 사상을 바탕으로 행복한 공존의 세계를 탐구하는 시선과 개성적인 문체와 언어 감각으로 독특한 시 세계를 확장해 간다. 장산이 품은 마을에 깃들어 ‘느티나무 글방’을 운영하며 시와 삶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시인을 일러 김참 시인은 “우암동과 장산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마을 같은 아름다운 세계를 기억하고 지키려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시 ‘밥·2’는 이 시인이 펼쳐 온 연대와 어울림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나는 오늘도 밥을 먹고 밥을 벌러 나간다/ 나에게 밥이 되어 줄 이들을 만나러 간다/ 내 밥은 공부 밥이어서 늘 달고 맛나다/ 나는 내 밥에게 더운 참밥이 되기 위해/ 따뜻한 말을 주머니에 가득 담아간다/ 우리가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관계일 때/ 세상은 단밥이 가득한 거대한 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