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나훈아 가요계 은퇴 공연인 ‘라스트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지난 10월 12일부터 대전 강릉 안동 진주 광주 대구를 거쳐 지방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12월 14,15일 이틀간 공연이 열렸습니다. 저는 15일 2회 차 마지막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지난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나훈아 공연을 찾은 강석환(오른쪽) 부산시관광협회 부회장 부부.

내년 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공연을 끝으로 나훈아는 가요계를 은퇴하게 됩니다. 지방 도시 마지막 공연이 그의 고향 부산에서 열린 것입니다. 이날 나훈아는 히트곡 ‘고향역’을 시작으로 ‘기장 갈매기’ ‘사내’까지 모두 24곡을 3시간에 걸쳐 중간중간 얽힌 얘기를 곁들여 소화하였습니다.

부산시 동구 초량2동 415번지에서 태어난 것을 이날 공연 중에 다섯 번이나 강조해 고향 부산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세계에서 본인이 작사·작곡한 노래, 히트 곡이 제일 많은 사람이 자신 나훈아라고 하였습니다. 1967년 데뷔한 후 올해 2024년까지 57년 동안 오랜 기간 대중의 사랑을 받은 가수가 세계에서 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나훈아를 사랑해 준 팬들에게, 또 부산 시민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공연 마지막에는 무릎을 꿇고 인사하였습니다.

공연 중에는 그간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본 오사카홀 공연 때 즉석으로 울릉도 독도 노래를 한 이야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공연을 거부한 이야기, 이렇게 좋은 나라를 만드느라 고생하신 우리 어머니들 이야기, 내년에 100세를 맞이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아직 모시는 이야기, 귀가 까다로운 팬들 덕분에 끊임없이 대중음악 창작에 밤낮으로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한국이 자살률 성형률 출산감소율 세 가지가 세계 일등이라 걱정하는 이야기, 여의도 용산 등 정치권이 국민을 편안하게 하지 못하고 더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 나이 들어 가진 돈 다 쓰고 저 세상 가자는 이야기, 결혼식은 한 번도 안 했지만 이혼은 세 번인가 했다는 이야기…. 구수한 부산사투리 입담으로 수많은 청중을 웃고 울게 하였습니다.

오케스트라와 6인의 합창단, 무용단 등이 함께한 이날 화려한 무대는 나훈아가 직접 기획 연출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청춘을 돌려다오’ 노래를 할 때는 청바지에 웃통을 벗었고 ‘테스형’을 부를 때는 대형천이 내려와 무대를 감싸하기도 하였다. 열 번 이상 의상을 그때 그때 바꿔 입고 청중들 앞에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70대 후반의 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에너지로 그는 3시간 공연을 이끌어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내려놓는 결정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잘했다”고 자신을 위로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긴장하고 살아오는 바람에 시골 장터에 가서 지찜(전의 경상도 사투리)과 막걸리 한잔 하는 걸 못했는데 이제 그런 것도 해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올드 랭 사인(작별을 뜻하는 스코틀랜드 민요)’을 배경음악으로 “가장 다정했던 친구는 바로 이 마이크였는데 이제 이 다정한 친구 ‘마이크’를 내려놓겠습니다”라고 말하였을 때 무대에는 드론이 떴고 나훈아는 그의 마이크를 드론에 내려놓아 은퇴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였습니다.

‘가요계 황제’로 불린 나훈아는 57년 긴 세월 동안 서민들의 기쁨과 아픔 서러움 설레임 그리움 사랑을 주제로 웃고 울며 쓰다듬어주며 함께 살아왔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그의 노래를 들으며 어린 시절부터 수십 년을 함께한 사람으로서 마지막 부산 공연을 함께할 수 있어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부산 초량2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을 자랑으로 삼으며 평생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며 부산 사나이로 살아온 현대 한국의 위인이자 부산의 위인 나훈아!

마이크를 내려놓고 돌아서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적셔졌습니다. 부디 나훈아 기념관이 부산 초량동 또는 부산 중·동구 어디에 들어서는 그날이 꼭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