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 물고기 뜻하는 우리말 접미사
- ‘어’ 식자층 선호한 한자 붙인 것
- 평생 K-바다 누빈 해양민속학자
- 유익한 바다문화 이야기 총망라

해양 민속학자 김창일의 이력을 읽어 내려가면서 사실은 ‘이럴 수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대로 옮겨볼 터이니 독자 여러분도 한번 봐주시기 바란다. ”창선도(경남 남해군)에서 자랐다. 섬 소년 시절 품은 바다를 자양분으로 연평도 강화도 남해도 가덕도 영도 제주도 삼척 울산 등 섬과 어촌에 장기간 거주하며 해양문화를 조사했다. 한국 바다 곳곳을 누빈 현장 지식을 토대로 해양민속지 18권을 집필했으며 강연 다니고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갓 잡은 부시리를 어선에서 구입한 경남 남해군 물건마을 주민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창일 Human & Books 제공

그러니까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을 쓴 저자 김창일은 10개월씩, 1년씩 섬과 어촌에서 살며 해양문화를 연구하는 방식을 써 왔다. “어촌에 장기간 살면서 조사하는 행운을 누렸다. … 한두 달 지나면 높기만 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을 승용차로 모시고 병원에 가고, 면민체육대회에 마을 대표로 참가하기도 하며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서)

부산은 해양도시이고, 한국은 사실상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이다. 한국의 역사이든 선사이든, 현재든 미래든, 과학이든 인문이든 바다와 깊은 관련을 맺게 된다. 그래서 바다 지식, 해양 문화, 바다의 인문과 예술을 담은 대중매체의 기획이나 저서를 자주 접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런 식으로 만난 여러 바다 문화의 책 가운데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은 특히 재미있고 유익하고 읽기에도 좋은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정말이지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이 읽어서 바다와 친해지면 좋겠다.

저자는 책을 1부 물고기 (56꼭지), 2부 사람 (40꼭지), 3부 바다(21꼭지)로 구성했다. 전체 117개 꼭지로 글의 갯수가 많다. 그래서 각 글 분량이 짧다. 내용도 흥미로워 뭐 하나 버릴 게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진은 풍성하게 실었다.

게다가 이 책에 실린 글은 저자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해양문화 칼럼이 바탕이 됐다. 일간지에 쓴 글이 밑바탕이 됐다는 뜻이다. 일간지에 쓰는 칼럼은 재미있고 정확하고 쉽기까지 해야 하는데, 이런 특징이 이 책에 고스란히 스몄다.

자,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가 안내하는 바다 문화 속으로 잠깐만 들어갔다 나와보자. 이 책에 따르면 이름이 ‘치’로 끝나는 물고기가 18.23%고 ‘어’로 끝나는 물고기가 16.4%이다. 둘을 합쳐도 34%밖에 안 된다. 흔히 세간에는 ‘치’로 끝나는 생선은 비늘이 없고 ‘어’로 끝나는 생선은 비늘이 있다고 알려졌다. 저자는 말한다. 그렇지 않다. ‘치’는 물고기를 뜻하는 우리말 접미사, ‘어’는 식자층이 선호한 한자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살의 색이) 하얀색이면 흰살생선, 적색 계열이면 붉은살생선일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연어는 흰살생선임에도 붉은 색을 띠는건 연어의 주요 먹잇감이 크릴새우라는 데에 원인이 있다.”(155쪽) 아! 연어가 흰살생선이었다니. “같은 반에 동명이인이 있으면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물고기 이름의 세계는 심각해서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다. 객주리 밴댕이 다금바리 숭어 용가자미 등 수많은 물고기가 같은 이름을 쓰고 있다. 내가 가리키는 물고기와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어종이 다를 때가 있다. 때로는 서로 다른 물고기를 이야기하면서 같은 어종에 대해 논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35쪽)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연구한 성과와 자료를 바탕으로 현장감 높게 펼쳐놓는 바다와 바다 사람들에 대한 사랑, 생태에 관한 걱정, 재미있고 유익한 바다 지식이 넘실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