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폭피해자협회 부산지부가 연말에 뜻깊은 성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잊을 수 없는 그날의 記憶(기억)들’이라는 제목에 ‘부산지부 회원 증언 80년사-히로시마 나가사키’라는 부제가 붙은 150쪽짜리 책자이다. 최근 류병문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부산지부장과 김광자 시인이 이 값진 자료집을 들고 국제신문 편집국에 찾아왔다. 김광자 시인은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대의원이며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들’의 주간으로서 발간 실무를 맡았다.

‘잊을 수없는 그날의 기억들’(오른쪽)과 ‘한국원폭피해자 65년사’.

1945년 8월 원폭 투하는 군국주의 일제에 패망을 안겼다. 그런데 원폭은 그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살던 수많은 조선인(한국인)에게도 큰 피해를 끼쳤다. 류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피폭 통계에 따르면 원폭 당시 한국인 피해자는 히로시마 7만 명, 나가사키 3만 명이었고 그들 한국인 피해자 중 히로시마에서 3만5000여 명 나가사키에서 1만5000여 명 나왔다고 한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중 해방된 한국으로 귀국한 사람은 히로시마 약 3만 명, 나가사키 약 1만3000명으로 합계 약 4만3000명이다.”

이들 4만3000명은 고국으로 돌아온 뒤로도 대부분 극심한 원폭 후유증의 고통과 가난 등에 시달렸다. 현재 한국에 피폭자는 약 1800명이 생존해 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부산지부에는 약 500명이 있다고 한다.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들’은 원폭 당시의 기억과 그 뒤 펼쳐진 삶에 대해 부산지부 회원들이 토론한 육성을 담은 책자이다. 이런 사실 자체만으로도 비매품·무료로 보급하는 이 책자는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부제에 들어간 ‘80년사’에는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책자 발간 실무를 담당한 김광자 시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김 시인은 3살 때 나가사키에서 피폭된 피해자로, 부산지부 회원이다. “부산지부가 아닌 전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차원에서 2011년 ‘한국원폭피해자 65년사’라는 940쪽 크기의 중요한 역사 기록을 펴냈습니다.” 이 기록물은 피폭 한국인의 역사·고난·노력을 시기별로 잘 담아낸 공식 기록물이다. 협회가 공인한 기록인 만큼 중요도 또한 높다. 김 시인은 “2025년이 되면 피폭 한국인 역사가 80주년이 된다. 80주년을 앞둔 시점에, 65년사의 성취를 이으면서 지부 차원의 기록을 더욱 잘 정리하고자 부산지부 회원의 생생한 증언을 중심으로 이 책자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책자에는 부산지부 회원 19인의 생생한 증언이 담겼다. 아주 밀도가 높다. 후손이 반드시 기억하고 기려야 할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들’이 나오면서 ‘한국원폭피해자 65년사’라는 중요한 기록도 거듭 떠올릴 수 있어 뜻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