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킹덤’ ‘지금 우리학교는’ 등으로 전 지구적인 K-좀비 열풍을 이어가겠다는 야심이 느껴지는 시리즈 ‘뉴토피아’가 공개되었다. 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마치 분신술을 쓰는 듯 최근 한국 영화나 시리즈물에서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배우 박정민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걸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
쿠팡플레이 드라마 ‘뉴토피아’. |
지수는 전부터 연기력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 블랙핑크 지수가 굳이 신들린 연기력까지 겸비했다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설강화’ 같은 작품에서 보여준 정극 연기에 비해 가볍고 통통 튀는 톤의 ‘뉴토피아’에선 지수의 연기나 비음 가득한 발성이 크게 어색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지금까지 공개된 1, 2화에선 지수와 박정민은 회상 장면을 제외하고는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좀비들이 활보하는 피 튀기는 재앙 속에서 힘겹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만나기 위한 여정이 막 시작되는 참이다. 한상운의 소설 ‘인플루엔자’를 원작으로 ‘파수꾼’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이 연출한 ‘뉴토피아’는 K-좀비물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였던 신파적인 감성은 쏙 빠진 대신 가벼운 톤의 병맛 코미디와 로맨스로 버무려졌다. 평소 잔인하고 끔찍한 좀비물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도 부담스럽지 않게 충분히 즐길만한 시리즈다.
서울 상공을 지키는 빌딩GOP가 주된 배경으로 그려지는 것도 참신하고 흥미롭다. 극중에선 서울 도심에 비행기가 추락하고 연이은 교통사고가 이어지고 좀비들이 사람을 물어뜯는 황당하고 정신없는 상황에 당연하게도 비상계엄 명령이 떨어지는데, 하필 시국이 시국인지라 폭도들이 헌법재판소를 공격하고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겹쳐지며 어느 쪽이 더 황당한 상황인지 작품과는 상관없이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다. 그래도 역시 극중의 비상계엄이 훨씬 설득력이 있긴 하다. 그러고 보니 좀비가 사람보다 덜 징그러워 보인다. ‘뉴토피아’는 이미 쿠팡플레이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국산 OTT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넘어 K-좀비의 열풍을 굳건하게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