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수시로 찾아간 ‘찐팬’ 저자
- 근정전·향원정 즐기는 방법 등
- 다양한 코스·관람 포인트 알려줘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 경복궁을 방문하는 장면이 단골로 등장한다. 외국인 관광객뿐이랴. 대한민국 국민도 조선의 정궁이었던 경복궁을 사랑한다. 그런데 우리는 경복궁을 제대로 알고 보는 걸까.

사계절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봐도 아름다운 향원정의 설경. 빨간소금 제공

경복궁에 처음 가거나, 다른 눈으로 보고 싶거나, 경복궁을 천천히 거닐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경복궁 안내서가 나왔다. 박찬희의 ‘유혹하는 경복궁’이다. 박찬희박물관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대학에서 역사를,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공부하고 박물관에서 일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문화유산을 즐겁고 의미 있게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는 지난 몇 년간 경복궁에 푹 빠져 살았다. 이 책의 부제목이 ‘경복궁에 푹 빠진 사람의 시선’이다.

저자는 3년 동안 홀로, 때로는 사람들과 함께 경복궁을 샅샅이 훑었다. 2022년에는 30차례 찾아갔고, 갈 때마다 보통 5시간을 걸었다. 그랬더니 경복궁이 어떤 곳인지 감이 오더란다. “같은 공간이라도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봄과 가을이 달랐습니다. 가면 갈수록, 알면 알수록 경복궁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이 책은 경복궁에서 느낀 감동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책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출발해 경복궁을 걷는 주요 동선에 따라 권역별로 구성됐다. 뒷부분에서는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던 특별한 곳을 다뤘다. ‘출발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로 시작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저자가 옆에서 나란히 걸으면서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조용한 경복궁을 혼자 천천히 걷는 기분도 든다.

저자는 경복궁의 규모와 구조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정원으로 가보라고 권한다. 그곳에서는 경복궁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경복궁이 얼마나 큰지 어림짐작할 수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은 옥상정원에서 내려다본 경복궁의 설경이다. 이의렬 이가명 두 작가가 찍은 경복궁의 다양한 풍경을 담고 있는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복궁의 핵심인 근정전. 경복궁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근정전의 동남쪽인 오른쪽 모서리로 간다. 그곳에서 근정전을 중심으로 인왕산과 북악산이 늘어선 모습이 아름답고 실감 나게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남쪽 모서리에도 가보라고 권한다. 다른 느낌의 근정전도 보라는 것이다. 산 대신 넓은 하늘이 펼쳐지고, 동남쪽의 박석과는 달리 울퉁불퉁하고 거친 박석이 있다. 그래서 시선을 낮춰 보면 근정전이 거친 역사를 뚫고 힘껏 솟아난 것처럼 다가오는 특별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한 바퀴 천천히 돌면 위치에 따라 변하는 근정전이 제대로 보이겠다.

향원정은 가을에 인기가 높다. 커다란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면 일 년에 한 번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장소이다. 저자는 향원정은 사실 사계절 모두 좋다고 말한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봐도 좋아서 서 있는 곳이 바로 핫 플레이스란다.

경복궁 곳곳을 돌아보면서 다양한 역사와 풍경을 전해주는 저자의 세심한 눈길은 책 제목처럼 유혹적이다. 경복궁에 빠져서 가고 또 가고, 보고 또 보았을 한 사람의 발걸음과 시선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을 손에 들고 경복궁에 가야겠다. 천천히 걸으면서, 찬찬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