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환상에 기대지 않고 살아내는 법…나와 타인, 세계를 똑바로 보시라

부산 서정아 작가 세 번째 소설집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우리는 오로라를…’ 등 단편 7편

단편소설의 미학 또는 매력을 꼽자면, ‘스윽’ 하고 독자 내면으로 스며들어 버리거나 읽는 이의 마음 한 구석을 한순간 베어버리는 긴장미·긴장감이 먼저 떠오른다. 단편소설은 짧기에, 이런 ‘스윽’의 순간은 독자가 눈치 채지 못한 틈에 일어나버릴 수 있다. 읽는 사람이 잘 읽어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작품 또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섬세한 호흡을 갖춰야 한다. 이런 특징을 갖추고 독자와 상호작용하는 단편소설을 ‘우리 삶에 말을 걸어주는 예술’이라고 할 만하다.

세 번째 소설집 ‘우리는 오로라를 기다리고’(도서출판 강)를 낸 서정아 작가. 서 작가는 “이번 소설집 또한 사람 사이 관계에 관한 질문이 바탕을 이룬다”고 했다. 작가 제공
부산 소설계 중견 서정아 작가가 세 번째 소설집을 최근 내놓았다. 제목은 ‘우리는 오로라를 기다리고’이다. 책에는 단편 7편을 실었다. 이들 작품에서 받은 큰 느낌은 ‘우리 삶에 말을 걸어주는구나’였다. 순간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는 공감 가는 장면이 이어진다. 표제작 ‘우리는 오로라를 기다리고’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가장 먼저 우리를 흔들어놓고 매료시켰지만 순간의 마음을 영원히 붙잡아두지는 못했다.” 이 문장은 사람이 살면서 거의 반드시 부딪히는 딜레마를 표현한다.

표제작의 주인공은 평범한 삶을 살다가 사랑에 빠지지만, 그 사랑 때문에 벽에 부딪힌 한국 여성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면서도 동시에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이다. 주인공은 오로라를 보려고 북유럽으로 여행을 간다. 거기에는 친구인 태국 여성 쏨과 노르웨이인 남성 카알이 산다. 태국에서 뜨거운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노르웨이 트롬쇠로 와서 함께 산다. 작가는 카알과 쏨의 현재 관계를 이런 장면을 통해 내비친다. “(두 사람은) 애초에 눈싸움을 빙자해 그냥 싸움을 하고 싶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과연 올지, 끝내 안 올지 모를 오로라를 기다리며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응시하고 그 시선을 다시 자기에게 비추면서 삶의 호흡을 찾아간다. 이쯤에서 서정아 작가에게 이번 작품집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 있는지 물었다. 작가는 답했다.

“우리가 기다리는 오로라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나타난다 해도 내가 기대했던 형태의 오로라가 아닐 수 있겠지요. 그러니까 그런 환상에 기대지 않고, 카메라 뷰파인더가 아닌 내 두 눈으로 나와 타인과 세계를 똑바로 응시하는 것, 그게 설령 고통일지라도 제대로 바라보고, 느리더라도 진정하게 실체에 다가서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거대한 환상에 기대지 않고도 살아낼 내면의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이번 작품집 전반에 담겼어요.”

수록 작품 ‘거미줄+’로 가면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인생의 최전선에서 공감력이 부족하고 무감각한 강한 자들이 구석에 몰린 예민한 개인에게 무심하게 상처를 안기는 장면이 선연하다. 상처받는 쪽이던 주인공 며느리는 견디지 않기로 결정한다. 끝 대목에서 시모가 말한다. “우리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려고 노력했는데.” 며느리가 답한다. “…알아요.” 시모가 답한다 “알긴 뭘 알아. 가족이 뭔지도 모르는 애가.” 며느리는 보육원 출신이다.

‘서로에게 좋은 일’에서는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에서 받았던 서늘한 느낌이 살아났다, 친절한 듯하면서도 선명한 차별의 선을 그어둔 사람들 모습을 작가는 드러낸다. ‘최초의 부고’ ‘유실물’ ‘황벽나무 노란 속껍질’도 결이 섬세하다. 서 작가는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등단했다. 앞서 관계에 주목한 작품집 ‘이상한 과일’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을 냈고 2024년 부산소설문학상을 받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사직구장 재건축, 중앙투자심사 반려 ‘제동’
  2. 2아버지 살해한 30대, 친형도 살해한 듯…유산상속 노렸나
  3. 3지주택이 대선주조 인감 위조…동래구 ‘조합원 모집’ 무효화
  4. 4돌아온 김석준…높은 인지도·진보 단일화 주효
  5. 5[도청도설] 철도 지하화
  6. 6부산 집회신고 200건…경찰 ‘갑호비상’ 발령(종합)
  7. 7부산 신중년 일자리 올해 2500개 만든다
  8. 8지자체 홍보도 ‘지브리풍’ 사진…“저작권 분쟁 휘말릴라” 우려도
  9. 9유격수 구인난 롯데, 경쟁체제 희망
  10. 10김 교육감 3선 연임? 교육부 유권해석 촉각
  1. 14일 尹 탄핵심판 선고…폭풍전야 대한민국
  2. 2탄핵 정국 속 재보선…야권 압승, 與 ‘민심 회복’ 비상
  3. 3韓대행 “4·3기록 유네스코 등재 노력”(종합)
  4. 4야 “최상목 美국채투자 수사해야”…여 “산불대응 3조 추경편성”요청(종합)
  5. 5국힘 “차분히 결과 기다릴 것”…민주, 막판까지 ‘尹파면’ 총력전(종합)
  6. 6故장제원 여권 조문행렬…정진석 “尹, 가슴 아프다 말해”(종합)
  7. 7거제시장 재선거, 민주 변광용 당선 확정
  8. 8[속보] 尹대통령 탄핵 찬성 57%·반대 35%
  9. 9[속보] 국방부 "尹 복귀해 2차 계엄 요구해도 수용 안할 것"
  10. 10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 국가보상…특별법 4년 만에 통과(종합)
  1. 1지주택이 대선주조 인감 위조…동래구 ‘조합원 모집’ 무효화
  2. 2워크아웃 3년 대선조선, 조선기자재·함정 MRO 전환 추진
  3. 3‘K-편의점’ 외국인 MZ관광객 핫플 부상
  4. 4전세보증사고 급증에…HUG 작년 순손실 2조5198억
  5. 5“공동어시장 현대화…수산업 플랫폼으로 키울 것”
  6. 6랜더스 페스타 최대 50% 할인…‘스타템 100’ 놓치지 마세요
  7. 7美, 모든 한국산 제품에 상호관세 26% 부과(종합)
  8. 8부산 경제 ‘먹구름’…철강·기계 대미수출 줄어들 듯
  9. 9韓 상호관세율 日 24%·EU 20%보다 높아…대미 후속협상에 ‘명운’(종합)
  10. 10증시도 ‘격랑 속으로’…코스피 2480선 후퇴
  1. 1아버지 살해한 30대, 친형도 살해한 듯…유산상속 노렸나
  2. 2돌아온 김석준…높은 인지도·진보 단일화 주효
  3. 3부산 집회신고 200건…경찰 ‘갑호비상’ 발령(종합)
  4. 4부산 신중년 일자리 올해 2500개 만든다
  5. 5지자체 홍보도 ‘지브리풍’ 사진…“저작권 분쟁 휘말릴라” 우려도
  6. 6김 교육감 3선 연임? 교육부 유권해석 촉각
  7. 7가스라이팅으로 목숨 잃게 한 ‘옥포항 익사 사건’ 피의자 중형 확정
  8. 8‘단일화 실패는 필패’ 또 확인…책임론 불거질 듯
  9. 9외국인 비자 문턱 확 낮췄다
  10. 10김석준 부산교육감 3년 만에 복귀…거제시장 변광용 당선
  1. 1사직구장 재건축, 중앙투자심사 반려 ‘제동’
  2. 2유격수 구인난 롯데, 경쟁체제 희망
  3. 3박정은 감독 “BNK, 부산의 자랑이 되길” MVP 안혜지 “우승 맛 보니 한 번 더 욕심”
  4. 4U-17 축구대표팀, 23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도전
  5. 5KCC 홈경기 8연패 탈출…4일 삼성과 마지막 홈전
  6. 6롯데 ‘어뢰 배트’ 주문…국내 상륙 초읽기
  7. 7‘타격천재’ 이정후, 3경기 연속 2루타
  8. 8롯데 유강남 단순 타박상, 큰 부상 아냐
  9. 9승격 노리는 아이파크…외국인 선수가 선봉
  10. 10레이예스마저 깼다…"롯데, 돌아왔구나!"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동삼동패총에서 나온 신석기시대 옹관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무늬오징어’는 ‘흰꼴뚜기’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영화, 독특한 맛의 변주…요리사 출신 감독의 기묘한 기행
시간여행 ‘환상’을 매개로 냉정한 현실 다뤄…“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길”
리뷰 [전체보기]
신인이 이끈 시립극단 정기공연 ‘박수 갈채’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통영국제음악제 문 연 임윤찬, 산불피해 아픔 달랜 감동 선율
시민의견 직접 듣는 부산시 ‘문화경청’…문화예술정책 ‘일방통행’ 비판 잠재울까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그림과 함께 보는 시산문 50편 外
봉준호의 영감은 어디서 나올까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무슨 일 하세요? 묵묵히 살아가는 소시민 이야기
따라 썼을 뿐인데…디지털시대, 필사가 주는 힘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선-In the shadow of Fear, Toward the Light
이희원-sprout움트다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청명한 이 아침에 /이상훈
청바지 /윤현숙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트렁크’ 서현진 정윤하
배우 문소리의 전천후 행보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검은 수녀들’ 송혜교
‘하얼빈’ 현빈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수상한 그녀’ 흥행 10년…K-드라마로 다시 안방 흔들까
일반인 출연자 잇단 스캔들, 검증 문제 도마 위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사제(師弟)에서 도반(道伴)으로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다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승부’ 개봉 첫 주말 1위…‘로비’는 예매율 1위
예매율 1위 이병헌 주연 ‘승부’…2위는 하정우의 ‘로비’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2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1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보사노바 가득한 애니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김태춘이 만든 다목적 문화공간 ‘국제악기’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3일(음력 3월 6일)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2일(음력 3월 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4년 10월 8일
오늘의 BIFF- 2024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진달래꽃을 통한의 핏물로 묘사한 조선 중기 권호문
조선시대 17세기 문인 윤선거가 봄날을 읊은 시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