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캔버스가 반짝이는 재료들로 환하게 빛난다. 다양한 빛깔을 품은 자개를 부스러뜨려 화면 가득 뿌렸더니 무수한 별이 모여 빛나는 우주의 기운을 뿜어낸다. 다음 작품에선 우주의 신비로운 기운이 더욱 가득하다. 밤하늘을 빙글빙글 돌며 바다와 육지를 감싸안은 별들은 하늘에서 육지로 내려왔다 다시 우주의 별이 되는 생명의 순환을 품었다. 그렇게 우주에서 쏟아진 별들은 오색찬란하면서 영롱한 자개 구슬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무른다. 빛나는 별이 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 안기며 희망의 빛을 안겨준다.
 |
김덕용 작가의 작품 ‘결-순환’. 밤하늘에 별이 운행하는 모습을 동심원으로 그리며 우주의 기운과 생명의 순환을 담아냈다.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
자개 나무 재 등 독특한 재료로 한국의 미를 드러내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김덕용 작가의 신작을 선보이는 전시가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소울아트스페이스(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가 진행하는 ‘宇宙(우주)를 품다’에서 그의 기존 작업부터 새로운 시도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덕용 작가는 한국의 전통미를 독창적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이름이 높다. 서울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와 동양화를 공부한 그는 홍콩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소화했고,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해양박물관 외교통상부 등 주요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영감을 받은 단청을 중심에 놓고 나무와 자개로 한국의 여인, 바다를 품은 풍경 등을 표현해왔다.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던 시절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어머니를 오마주하며 단아하면서도 기개가 느껴지는 여인의 모습을 작품에 녹여냈고, 자신이 재료로 쓰는 조개껍데기가 탄생한 바다로 시선을 돌려 ‘차경’(경치를 빌린다)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작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별과 우주에 주목한다. 모든 생명의 기운을 품으면서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만물의 근원이자 종착점이 되는 우주에서 생명의 순환을 깨달은 그는 그 기운을 담은 대형 작품들을 창작했다. 한 줌의 재로 남는 생명의 본질을 생각하며 숯과 재, 자개 등을 뒤섞어 바탕을 만들고 오색찬란한 빛깔을 입히며 신비로운 기운이 가득한 화면을 구현한 것이다. 바다에서 온 자개가 탄생의 근원을 나타냈다면, 까마득한 우주에서 죽음에 대한 근원을 담으며 생명의 순환을 되새겼다.
김덕용 작가는 “이전에는 삶만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우주, 나아가 자연의 순환 등을 떠올리며 삶의 본질, 생명의 근원을 드러내고자 했다”며 “죽음 이후 별이 되고 다시 세상으로 내려와 살아가는 생명의 순환이 작품에서 드러나고, 그것이 보는 이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2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