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2025’라는 별난 제목에 관해 먼저 알아보자. 책을 펴낸 사계절출판사가 책날개에 새긴 설명문은 이렇다. “‘두 번째 원고’는 등단 직후, 작가들의 ‘두 번째 소설’과 에세이를 엮어 펴냅니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해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그해 우리를 가장 설레게 할 다섯 편의 소설을 전합니다. 신진 작가들이 예민하게 감각한 올해의 키워드를 담은 앤솔러지(선집).”
한마디로 신예 소설가들의 간절함, 신선함, 날 선 감각, 주제의식, 재능, 조바심을 모두 담은 소설+에세이 모음이다. 미래를 품은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수록된 단편소설 5편은 선명한 생기가 돌고 반짝반짝 빛나는 데가 있다. 함께 실린 에세이 5편은 ‘작가 되기’와 ‘작가로 살기’에 관해 진솔하게 이야기해 줘 절실하고 아프면서도 ‘아! 이토록 진지하고 든든한 신인이 많으니 한국 소설 미래는 밝구나’ 하는 소감을 안긴다.
직전 해에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신예 소설가들에게는 당선 작품이 ‘첫 작품’에 해당한다. 이들이 당선작에 이어 ‘두 번째’ 작품으로 어떤 소설을 어떤 경로로 내놓을지 여부는 여러 면에서 관심사이자 시금석이 된다. 그 시점에 비로소 작가 인생 레이스가 시작된다고 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원고 2025’에는 2024년 일간지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한 작가 5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준아 소설가(경인일보 ‘하찮은 진심’ 당선)는 ‘구르는 것이 문제’, 김슬기 소설가(국제신문 ‘공존’ 당선 )는 ‘에버그로잉더블그레이트 아파트’를 실었다. 임희강 소설가(강원일보 ‘시계를 넘어’ 당선)의 ‘러브버그물풍선폭탄사태’, 권희진 소설가(조선일보 ‘러브레터’ 당선)의 ‘머리 기르는 사람들의 모임’, 김영은 소설가(한국일보 ‘말을 하자면’ 당선)의 ‘하루와 쿠난’도 수록됐다.
이들 촉망받는 신예 작가들의 작품 5편을 꿰는 특징을 어느 정도는 추릴 수 있었다. 굉장히 치열하다. 세상과 현실에 관해 관심도 높다. 그런 세상과 현실 속에서 민감한 촉수를 놓지 않는 ‘나’ 또는 ‘우리’ 이야기가 읽는 이의 감각을 자극하는 문장에 얹혀 간결하게 표현된다. 젊은 작가 5인의 신작 단편소설을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우리 사회 심연이 보인다. 주위에 추천하고 싶은 단편 소설집이다.
‘구르는 것이 문제’는 당뇨병이 깊은 여성과 바퀴(Wheel) 공포증이 심한 남성의 임신·결혼 소동을 통해 현대 한국 젊은이의 삶을 비춘다. ‘에버그로잉더블그레이트 아파트’는 부동산을 둘러싼 욕망과 삶의 문제를 우화풍으로 그린다. ‘러브버그물풍선폭탄사태’는 만둣집을 하는 성실한 젊은 부부의 고통이 선명하다. ‘머리 기르는 사람들의 모임’과 ‘하루와 쿠난’은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과 응전·반응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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