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의 좋은 필진 글 고루 실어
- 시 경향 특정않고 다양함에 무게
- 재능있는 문단 신예 발굴 역할도
- 올 부산문화재단 지원단체 선정

‘시인들’이 새로운 길을 내며 시단에 조용히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시인들’은 부산과 경남 시단을 근거지로 하면서 전국 여러 곳 시인이 두루 모여 함께 힘을 보태 펴내는 반연간 시 전문지의 이름이다.

지난 10일 반연간 시 전문지 ‘시인들’ 회원과 편집진이 부산 연제구 한 카페에서 최근 나온 2025 봄·여름호(통권 6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병수 최휘웅 남상진 강혜성 김근희 안규봉 신원희 정선우 서화성 시인. 조봉권 선임기자

최근 반연간 시 전문지 ‘시인들’(발행인 조민 시인) 최신호인 2025년 봄·여름호(통권 6호)가 나왔다. 갓 나온 이번 호를 받아든 편집진과 일부 회원이 지난 10일 저녁 부산교육대학교 앞 한 카페에 모여 담소하는 자리를 열었다. 이 현장에 찾아가 ‘시인들’에 관해 묻고 들었다. 최휘웅 고문, 남상진 주간, 정선우 편집장, 안규봉 편집위원, ‘시인들’ 발간을 뒷받침하는 문학회의 서화성 회장과 박병수 김근희 신원희 강혜성 회원이 함께했다. 경남 창원에서 온 남상진 시인 말고는 모두 부산 시인이다.

‘시인들’은 2022년 9월 창간호가 나왔다. 남상진 시인은 “창간 작업은 코로나 시기에 줌 회의를 해가며 진행했다. 시를 공부하고 쓰는 일은 성찰과 수행에 가까운데,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발표하고 독자와 나눌 지면이 필요하다. 알맞은 매개체나 지면은 늘 모자라서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인들’ 태동기를 잘 아는 회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지역성이라는 바탕에서 생기 있는 좋은 시는 잉태된다. 그런데 지역성 가치를 움켜쥐되, 거기 갇혀서는 안 된다. 지역성에만 갇히면 시의 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 지역성에 갇히지 않고, ‘열려 있어야’ 한다. 동시에 중앙의 흡인력과 유명세에 휩쓸려도 안 된다. 거기에 휩쓸리면 지역성은 딸려 들어가 왜소해진다. 이 미묘한 과제 앞에서 이들은 새로운 형태의 시 전문지 창간을 택했다. 그 방식은 독특했다.

‘시인들’은 회원의 회비로 펴낸다. 최초 8명으로 출발한 회원은 23명이 됐다가 현재 42명으로 늘었다. 부산 진주 창원 산청 서울 대전에 분포하며 모두 시인이다. 정선우 편집장은 “우리는 매호 기획단계에서 깊이 고민한다. (부산 경남 시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운데) 전국의 좋은 필진이 고루 참여하는 틀을 기본으로 한다. 외부 필진과 회원 필진의 고른 참여 또한 편집 원칙이다. 시의 경향은 특정 분야로 국한하기보다 다채로움에 신경 쓴다.” 진지하고 치열하고 새로운 시를 싣기 위해 분투한다는 뜻이다.

‘시인들’은 올해로 창간 4년째를 맞았다. ‘조용한 지각 변동’이라고 할 만한 변화가 감지된다. 시인 수십 명이 모여 시작한 새로운 시 전문지 프로젝트가 ‘창간’이라는 연착륙에 성공한 데 이어 4년에 걸쳐 순항한 사실 자체가 성과이고, 미래를 열 저력으로 보였다. 예술계에서 새로운 시도는 의욕만큼이나 꾸준함이 중요한데, 부산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 분포하는 개성 강한 회원들은 그 꾸준함을 선보였다. 부산에서 출판되는 ‘시인들’은 올해 처음 ‘3년 이상 활동을 지속한 단체’ 가운데 심사해서 주는 부산문화재단의 제작 지원금을 받아 기반이 더 탄탄해졌다.

‘시인들’을 통해 발표 지면 부족으로 고충이 있었거나 제대로 발굴되지 못했던 새 얼굴이 등장한 효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조용히 등장한 새로운 시 잡지가 주는 효능감을 회원들은 다채롭게 느낀다고 했다. 신원희 김근희 강혜성 시인은 “시를 쓰고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일은 특별하고 소중한 체험인데 고독하고 어렵기도 하다. 그런 점을 숙명이겠거니 했는데 다양한 동료와 함께하면서 큰 힘이 되고 많이 배운다”고 입을 모았다.

안규봉 박병수 시인은 “부산 시단에서 활동하며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느끼곤 했다. ‘시인들’을 통해 시야를 넓히면서 새로운 방향을 본다. ‘시인들’을 더 좋은 잡지로 가꾸는 일이 먼저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