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자조각·가마 벽체 등 여럿 출토
- 내년 정식 조사 앞두고 학계 관심

지난 26일 오후 2시께 부산 동래구 온천동 산17의 7 금강공원 안 온천동 요지(가마터) 시굴 조사 현장에는 이 조사를 주관하는 부산박물관의 김은영 조사연구팀장과 박정욱 학예연구사를 비롯해 고고학·지질·도기와 자기 부문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 자리의 주제는 ‘온천동의 고려 청자’였다.

지난 26일 부산 금강공원 내 온천동 요지 시굴 조사 현장 설명회 모습.

김은영 팀장은 “금강공원 내의 이 일대 4860㎡ 터에서는 지난 3월 17일부터 오는 6월 10일까지 예정으로 ‘온천동 요지 시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정산 남서쪽 사면부에 해당하는 이곳에서는 이번 시굴을 통해 (고려 시대의) 청자 조각, 청자를 굽는 가마의 벽체, 도지미 등이 출토됐다”며 “시굴 조사를 바탕으로 내년 정식 조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기서 나온 태토와 청자 조각 등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의뢰하면서 전문가 의견을 듣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도지미란 도기나 자기를 구울 때 가마의 바닥에 깔아놓는 받침 같은 것이다.

시굴 현장을 안내한 박정욱 부산박물관 조사연구팀 학예연구사는 “이 현장에서는 18개 트렌치(trench)를 팠다. 그 가운데 8개소에서 청자 관련 유구와 유물이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트렌치란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쓰는 조사 기법의 하나로 마치 참호처럼 길게 땅을 파서 발굴하고 조사하는 방식을 말한다. 시굴 조사를 한 결과 여기서는 청자 조각이 여럿 출토됐고, 청자를 굽고 만든 요지 2기와 요지에서 나온 폐기물을 모아 버린 곳(폐기 수혈) 3기, 그 밖의 수혈 6기가 발굴됐다.

이는 과거 부산의 확고한 중심지였던 동래 권역의 금강공원서 고려 시대에 청자를 생산하던 가마가 운용됐음을 시사한다. 김은영 팀장은 “현재까지 나온 청자 조각 가운데 상감 기법과 같은 고도의 기술을 적용했음을 보여주는 유물은 아직 없다”면서도 “하지만 동래구 온천동에 고려의 청자 가마가 있었다는 점이 정식으로 밝혀지면, 고려 청자의 생산·소비·분포 등에 관해 더욱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고려 청자를 둘러싼 연구의 지평이 확장된다는 뜻이며 부산 지역사 연구의 내용이 한결 풍성해짐을 뜻한다.

박정욱 학예연구사가 설명을 보충했다. “1970년대부터 금강공원 안에 청자 관련 유적이 있다는 점은 학계에 알려졌고 1990년대 초 이는 학술적으로 공식 인정됐다. 2005년 12월에는 부산대학교 박물관이 이 일대에서 청자 관련 유적을 발굴하기도 했다. 부산 권역에서는 강서구 녹산동에서 청자 유적이 발굴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온천동 요지는 부산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고려 시대 자기 가마 유적으로 학술연구 목적의 발굴조사로는 처음 진행되는 만큼 의미가 매우 크다.” 이번 시굴 조사에 이은 정식 조사는 내년께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