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울아트스페이스 8월13일까지

‘감각’에도 ‘온도’가 있을까. 사람이 신체적 심리적으로 느끼는 온도를 수량적으로 나타낸 것을 ‘감각온도’라고 한다. 각자가 느끼는 감각이 다르듯, 감각온도 역시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감각온도’ 4인전에 소개된 김지원 작가의 ‘맨드라미’. PKM 갤러리,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왼쪽), 박기원 작가의 ‘넓이 45번’.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중견의 입지에 올라선 4명의 작가가 자신만의 감각온도를 한 공간에서 내어 보인다. 서로 다른 재료와 작업 방식, 개념에 따라 내놓은 작품은 각자의 고유 감각을 돋보이게 하면서 보는 이의 감각도 깨워준다.

소울아트스페이스(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에서 김지원 정승운 박기원 채우승 4인전 ‘감각온도’를 마련했다. 작업 환경도, 방식도 다르지만 서로의 작품에 매력을 느껴 지난해부터 함께 전시를 이어가고 있는 4명의 작가가 이번에는 각자의 감각온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을 내놓았다.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중견 작가 4명을 초대한 보기 드문 전시로,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관심을 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 중인 김지원(64) 작가는 자신의 감각온도를 ‘맨드라미’ 연작 시리즈로 펼쳐 놓았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 맨드라미부터 눈 내린 겨울에 시들어 죽은 검은색 맨드라미까지 더위와 추위를 오가는 감각은 뜨겁게 타오르다가 차갑게 식어버린다. 그러나 식물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동물적 형태미를 보여주는 화려한 터치와 색감은 생명이 꿈틀거리듯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이에 대해 작가는 “모든 화면 속 맨드라미는 각각 다르다. 독사 같은 모습을 띠기도, 욕망이 이글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다양한 온도를 가진 맨드라미의 모습을 통해 생의 욕망과 숭고함을 피워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승운 작가의 '섬'.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개인전과 단체전을 소화한 정승운(62) 작가는 독특한 형태의 ‘섬’ 시리즈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부산 목포 벌교 고흥 남해 통영 거제의 섬 풍경을 모티브로 삼아 오동나무 판으로 만든 ‘섬’ 시리즈를 선보였다. 채색하지 않은 나무판의 아랫부분은 섬의 형태를 드러내고 그 속에 빨강 파랑 초록 등 채색된 단면이 숨겨져 있으며,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160㎝ 높이에 작품을 설치한 디테일까지 모든 점이 흥미롭다. 목판으로 작업했지만 작가가 꾸준히 추구하는 ‘공제선’ 즉, 하늘과 땅이 맞닿아 이루는 선은 여전히 부드럽고 그 속에 숨겨진 원색은 작가만의 감각을 드러낸다.

베니스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요기관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박기원(61) 작가는 공간을 탐구한 평면 작품을 선보였다. 설치 작업에 매력을 느끼기에 평면에서도 공간을 즐겨 다루는 그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선을 중첩하며 면을 나누고, 면과 선의 분리를 통해 장소의 공간성을 드러낸다. 장소와 공간에 대한 관심이 평면으로 이어지면서 입체적이면서도 미니멀한 화면이 탄생했다.

채우승 작가의 '실내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 시리즈.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한지를 재료로 삼은 채우승(65) 작가의 작업도 이색적이다. ‘실내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 연작은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바깥 모습을 유리창에 생긴 굴절과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색, 안과 밖 사이에 생긴 온도와 공기의 흐름 등으로 포착한다. 그러나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은 원과 선과 같은 단순한 도형과 그 속을 채운 은은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작가는 광주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등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여럿 소화했다. 전시는 오는 8월 1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