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8강행 확정?

한국과 토고의 월드컵 본선 첫 경기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13일 오후 직장인 이송정(여·36) 씨는 친구 조영미 씨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 토고전 승리. 그러나 전반은 엄청 고전.' 이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친구는 "타로점에서 그렇게 나왔다"고 대답했다.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면서 점성학이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전의 결과를 예상하기 위해 타로점 등을 보는 축구팬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로 미래를 예측하는 타로점을 보는 곳은 최근 축구팬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다. 그렇다면 '공은 둥글다'는 불후의 스포츠 격언을 무시하고 점을 보는 이유는 뭘까?

다양하다. 열혈 축구팬들은 한국의 운명(?)을 미리 알고 싶어 점을 보고 직장에서 유행하는 스코어 내기에서 대박(?)을 노리는 '월드컵 한탕파'들은 타로점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이쯤 되면 결과가 궁금해진다.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한 기업의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근 타로점집을 찾아 물어보니 '토고전에서 고전 끝에 승리하고 프랑스와 스위스를 상대로 선전해 16강에 이어 8강까지 진출한다'로 나왔다. 4강 진출에 대해서는 '글쎄요?'란 애매한 답으로 끝맺었다.

타로점에 이어 올 초부터 심심치 않게 월드컵 전망을 내놓은 역술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16강 진출은 기본이고 8강까지도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한 역술인은 13일 토고전, 19일 프랑스전의 경우 한국의 기운이 강해 승리를 예측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토고전에서 차례로 골을 넣은 이천수와 안정환의 운세가 좋다고 나왔고 이을용은 '운수대통'의 해여서 큰 활약을 벌인다는 점괘가 우세했다.

따지고 보면 이번 월드컵은 점성학이 난무하는 특이한 대회다. 한국에 역전패한 토고의 부두교 대사제는 월드컵 전 "토고가 한국과 프랑스를 꺾고 16강에 진출하고 경기 시작 이틀 전까지 정확한 스코어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앞으로 둥근 공이 만들어내는 '각본 없는 드라마'와 점성학의 예상이 어떻게 맞는지 비교하는 것도 축구팬들에게 색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김희국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