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협회장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최고 유망주로 떠오른 동래고 1학년 정우재. 이번 대회에서는 유망한 신인들이 대거 등장해 한국축구의 미래를 밝게 했다.

동래고의 우승을 끝으로 지난달 31일 열전 12일의 막을 내린 제33회 대한축구협회장배 고교축구대회는 매 경기 숨막히는 접전이 벌어지면서 축구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국제신문과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고 부산시축구협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춘계연맹전 이후 가장 많은 전국에서 72개 팀이 출전했다. 우승팀 동래고를 비롯, 4강에 올랐던 금호고 신갈고 포철공고 등 올 시즌 내로라하는 전국의 강호들이 총출동했다.

대부분의 강팀들이 이변 없이 모두 예선을 통과했고, 32강 토너먼트부터는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졌다. 풍생고-신갈고의 16강전이나 군산제일고-금호고의 경기 등은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대부분의 참가 팀들은 조직적인 미드필드 플레이를 시도하는 등 '뻥축구'와는 거리가 먼 수준 높은 경기 운영을 했다. 전체 107경기에서 309골이 터져 경기당 2.89골을 기록했다.

그런 만큼 이번 대회를 통해 유망주들도 많이 발굴됐다. 동래고의 1학년 정우재와 최원우 등은 차세대 부산축구를 이끌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다. 정우재는 결승전 결승골을 비롯해 김해생명고와의 16강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는 등 조커로 나서 맹활약을 펼쳤다. 동래고 박형주 감독은 "정우재를 조커로 투입한 것은 정우재의 탁월한 순발력과 골 결정력을 기대한 전술이었다"고 밝혔다.

진주고의 전상훈과 박민규도 눈여겨 볼 재목들이다. 왼쪽 윙백으로 뛰었던 전상훈은 뛰어난 오버래핑과 수비가담 능력으로 경기장을 찾은 축구 관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중대부고의 정의정도 수준급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준결승에서 금호고를 탈락시키는 결승골을 뿜어내는 등 1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돌파력과 골 감각으로 상대팀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동래고를 제외한 부산경남팀들의 전반적인 부진은 아쉬운 대목이다. 올 시즌 최소 전국대회 1~2개를 제패하겠다던 부경고는 예선에서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해 중등부 MVP에 올랐던 부경고 1년 윤빛가람도 나름대로 분전했지만 기대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진주고와 통영고 등이 예선을 통과했지만 수도권 팀에 막혀 4강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부산은 인구 360만의 대도시라고 하지만 축구 인프라가 열악해 인근 김해시에서 경기를 진행해야 했다. 특히 쏟아붓는 폭우에도 끄떡없던 김해생명과학고의 운동장을 지켜본 부산축구 관계자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반목을 거듭하던 부산축구협회와 김해축구협회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협력관계를 만들어낸 것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성과로 꼽힌다.

이영일 부산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경기 내용면에서 금호고 신갈고 동래고 등 좋은 팀들이 많이 출전해 이번 대회에 대한 관심을 끌었다"면서 "다만 앞으로 협회장배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이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