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다. 직접 눈으로 본 유럽 프로축구. 그들은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K-리그의 현실은 좀 더 암담해 보였다.

지난달 중순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유럽 구단 취재에 나섰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출범 100년을 훌쩍 넘긴 유럽 프로리그와 고작 25년의 K-리그가 동급일 수는 없다고. 그러나 유럽과 K-리그는 시간의 격차 이상 벌어져 있었다.

평일에도 줄을 서서 표를 예매하는 레딩FC의 팬들, 반면 6만 명이 앉을 수 있는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관중 5000명 채우기도 힘겨운 부산 아이파크. 이런 K-리그의 현실에서 티켓 패키지 판매나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에 입장하는 마스코트 어린이들의 유료화가 가당키나 한 일일까. 상대팀에 따라 경기 등급을 나누고 티켓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은 너무나 먼 나라의 이야기다. 페예노르트 유소년팀의 코치 20명은 부산 울산 경남지역 프로축구팀의 코칭스태프를 합친 수와 비슷하다.

유럽의 프로축구 열기는 월드컵 본선 못지 않다. 만원 관중은 물론이고 내용, 경기를 이끌어가는 이벤트, 시설 모두 부러운 수준이다.

잉글랜드 4부리그의 스윈든타운FC는 3살짜리부터 유소년 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이 클럽의 살길이라며 유소년 육성에 목을 매고 있는 지금 부산의 유소년 팀은 12세, 15세 두 팀뿐이다. 올해 출범한 경남FC는 계획만 세워놓은 단계다. 하지만 이는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단기간의 처방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나 야구 할 것 없이 아쉬운 대목이 있다. 구단이 지역사회와 호흡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유럽과 미국의 프로 스포츠 구단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일을 생존전략의 하나로 간주한다. 지역 아마추어 팀에 대한 지원은 기본이고 각종 이벤트를 끊임없이 기획하고 있다. 팬들의 관심을 구단으로 끌어들이려는 그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최근 부산 아이파크와 경남FC가 홈경기 가두홍보에 나서고, 후원 기업을 방문하는 등 초보적이나마 지역사회에 다가서려 하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국내 프로스포츠가 위기라고 말한다. 2~3년 후면 문닫는 K-리그 팀이 나올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상도 있다. 가만히 있으면 그런 전망은 현실이 되고 만다.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