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자유계약선수(FA) 시장도 정대현이 롯데 자이언츠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남은 것은 김동주(전 두산 베어스)뿐이다. 롯데는 중심타자 이대호를 내주면서 공격력에서는 손실을 봤지만 SK 와이번스에서 FA로 풀린 특급 불펜 정대현과 전천후 좌완 이승호를 영입하면서 마운드의 높이가 지난해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번 FA 시장에서 롯데가 적어도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했다는 이유다. 

■지출=이대호, 임경완, 허준혁(좌완), 보상선수(정대현)

롯데의 '핵타선'을 이끌던 이대호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하면서 내년 시즌 공격력에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정교한 타격과 홈런을 양산하는 이대호가 타선에서 빠지면서 발생할 가시적인 영향도 우려스럽지만, 롯데 타선의 무게를 잡던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심리적인 측면에서의 손실이 걱정이다. 이대호가 4번 타순에 버티면서 전후 3, 5, 6번 타자들이 누렸던 '이대호 효과'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데에는 손아섭과 전준우, 강민호, 홍성흔 등 한 방을 갖춘 강타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충격파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주루 플레이가 좋은 손아섭과 전준우가 클린업 트리오에 배치될 경우 발이 느린 중심타선 때문에 얻게 된 '병살타 왕국'의 오명을 벗는 것은 물론 보다 세밀한 작전 야구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문제는 롯데의 새 4번 타자가 떠안게 될 심리적 중압감이다. 특히 이대호의 그림자가 너무 짙기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감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4번 타자는 그냥 타선의 한 명이 아니다"고 진단한다. 타선의 중심으로 찬스 때 흐름을 바꾸는 한 방은 물론 상대 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포스를 발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펀치력을 갖춘 전준우가 '포스트 이대호'의 자리에 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중심타자는 물론 프로선수로서의 경험이 적은 것이 어떻게 작용할지 관건이다. 

불펜의 중심인 임경완이 SK로 떠나고, 이승호의 보상선수로 좌완 불펜 허준혁이 SK 유님폼으로 갈아입었지만 마운드의 손실은 적다는 평가다. 또 정대현의 보상선수로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이 팀을 떠나게 된다.

■수입=정대현 이승호 임훈  

롯데는 정대현(4년 36억 원)과 이승호(4년 28억 원) 등 SK에서 FA로 풀린 두 명의 투수를 잡으면서 이번 시즌 F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이 두 명의 계약금액 64억 원에 SK에 지불해야 하는 FA 보상금액 9억2000만 원(정대현 연봉 2억6000만 원+이승호 연봉 2억 원의 200%)까지 합하면 롯데는 FA 시장에서 74억 원 가까운 거금을 푼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베팅은 이대호(4년 100억 원 제시) 잔류 실패에 따라 자금에 여유가 생긴 덕에 가능했다. 

SK 벌떼 마운드의 '여왕벌' 정대현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레벨의 불펜 투수다. 셋업맨은 물론 마무리로도 기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롯데 불펜의 옵션은 더욱 다양해졌다. 올해 마무리 김사율이 20세이브를 올리며 안정적인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코칭 스태프의 신임이 두터운 상태다. 이 때문에 정대현은 SK로 떠난 임경완의 빈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와 내년 시즌 초반을 거치는 과정에서 보직은 조정될 여지도 있다.

정대현의 가세로 롯데 불펜은 강영식-정대현-김사율로 이어지는 탄탄한 필승 계투조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돌아온 '파이어 볼러' 최대성까지 부활한다면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은 롯데의 최대 강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

또 정대현의 영입은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좌완 이승호의 운용 폭도 넓혔다. 양승호 감독은 "선발과 불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고 말했지만 정대현이 합류함에 따라 이승호는 장원준의 군 입대로 공백이 된 좌완 선발의 한자리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SK에서 받아온 외야수 임훈의 경우 삼각 트레이드를 통한 투수 자원 확보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