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한국시간) 새벽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우승이 결정된 여자양궁팀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보배, 이성진, 최현주. 연합뉴스

- 결승 첫 세발 7·8·6점 불안
- 기술·집중력으로 '오조준'
- 특수훈련으로 집중력 키워
- 8강·준결승전 악천후 극복
- 덴마크·일본 등은 무너져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의 기보배가 마지막 화살을 쏘기 위해 사대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하던 관중석은 정적에 휩싸였다. 상대인 중국이 209점으로 경기를 마쳤고, 기보배가 마지막 화살을 쏘기 전까지 한국은 201점을 기록했다. 기보배가 9점을 쏘면 금메달이 확정되지만 8점을 쏘면 연장전 슛오프로 끌려가야 했다. 호흡을 가다듬은 기보배가 쏜 마지막 화살은 과녁을 향해 힘차게 날아갔고 9점 과녁에 꽂혔다. 한국이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빛 발한 신궁들의 집중력

이날 결승전은 '태극 신궁'들의 기술과 집중력이 빛난 한판이었다. 한국은 첫 세 발을 7점, 8점, 6점 과녁에 맞혀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결승전 직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다소 흔들린 탓이었다. 하지만 중국 역시 8점, 7점, 8점으로 조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한국은 곧 '오조준'에 적응했다. 남은 세 발을 9점, 9점, 10점에 꽂아넣으며 1엔드를 마쳤다. 중국은 에이스 청밍이 10점을 쏘았으나 수징과 펑위팅이 7점씩을 쏴 한국에 2점차로 뒤졌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중국도 집중력을 되찾아 추격을 시작했고, 2엔드를 102-102, 동점으로 마쳤다. 3엔드 시작 전 비는 그쳤고, 이때부터 대표팀의 맏언니 최현주가 해결사로 나섰다. 최현주는 3엔드부터 4엔드 초반까지 세 발 연속 10점을 쏘는 등 2엔드부터 연속 5발을 10점 과녁에 명중시키며 한국이 근소한 리드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마지막 4엔드에서 중국은 9점, 9점, 9점을 쏴 209점으로 경기를 마쳤고, 한국의 이성진이 9점을 쏘았으나 최현주가 뜻밖으로 8점에 그치면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기보배가 마지막 화살을 깨끗하게 9점 과녁에 명중시키며 한 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하늘도 7연패 도왔다

여자 양궁 단체전이 열린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가끔 눈앞을 가릴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는데 그 타이밍이 매우 절묘했다. 한국 팀에게 계속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한국은 첫 경기인 덴마크와의 8강전에서 첫 세 발을 10점, 8점, 10점을 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런데 마지막 궁사인 기보배가 시위를 내려 놓자마자 거센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덴마크 선수들은 시야를 가로막는 빗줄기 속에 제한시간에 쫓겨 급하게 화살을 쏴야 했다. 덴마크의 첫 세 발의 점수는 7점과 8점, 4점에 그치며 무너졌다.

일본과의 준결승전도 폭우가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 2엔드를 마쳤을 때까지 한국은 일본에 1점차 박빙의 리드를 지켰다. 3엔드 시작과 동시에 또다시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본은 9점, 8점, 9점을 쏘며 나름 선방했지만 태극 궁사들은 역시 차원이 달랐다. 이성진, 기보배, 최현주는 세 발을 모두 10점 과녁에 꽂아넣으며 점수 차를 벌렸다.

사실 한국 대표팀은 런던에 도착한 뒤 맑은 날이 계속되자 내심 '폭우가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날씨가 좋을 경우 진짜 실력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악천후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했다. 대표 선발전의 일부를 진천과 남해 등에서 바람이 많거나 비바람이 몰아칠 때, 심지어 태풍이 북상할 때를 골라 치르기도 했다. 또 '공포의 지옥훈련'으로 유명한 한국 양궁팀 특유의 특수 훈련을 통해 선수들은 어떠한 외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담력과 집중력을 갖고 있다.

장영술 총감독은 "악천후에 철저히 대비했기 때문에 어떤 날씨라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