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봉과)비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기뻐하기엔 아직 중요한 경기들이 남았다."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웃지 않았다. 30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코번트리의 시티 오브 코번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2차전에서 스위스를 2-1로 꺾은 뒤 홍 감독은 '이기고도 얼굴이 굳어 있다'는 말에 이처럼 답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아직 기뻐할 때가 아니라고 했는데 제가 기뻐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스위스(1무1패·승점1·골득실-1)를 꺾은 한국은 1승1무(승점4·골득실+1)를 기록, 이날 가봉(1무1패·승점1·골득실 -2)을 2-0으로 물리친 멕시코(1승1무·승점4·골득실+2)에 이어 B조 2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8월 2일 새벽 1시(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가봉과의 3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8강에 오른다. 

홍 감독은 3차전에 대한 각오를 묻자 "승리의 기쁨은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 다시 가봉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굳은 얼굴을 했지만 대표팀의 분위기는 좋다. 먼저 박주영(27·아스널)이 스위스를 상대로 본선 첫 골을 터뜨리며 홍명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박주영은 경기 도중 턱과 왼쪽 무릎을 다쳐 세 바늘씩 꿰매는 악조건에도 후반 12분 남태희(22·레퀴야)가 오른쪽에서 올린 공을 몸을 던지며 머리로 받아 넣었다. 수비수 사이로 빠져 들어가는 움직임이 좋았다. 홍 감독도 "(박)주영이가 지금 많이 노력하고 있고 팀에 도움이 되도록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 팀에 아주 중요한 첫 골을 넣어줘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김보경이 결승골을 넣은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국은 선제골을 넣고 불과 3분 뒤 중앙수비의 엉성한 대인 마크로 동점골을 허용했다. 자칫 분위기를 망칠 수 있는 위기 상황. 그러나 동점을 허용하고 불과 4분 뒤인 후반 19분 구자철이 왼편에서 올린 크로스가 상대 수비를 맞고 흘러나오자 김보경이 놓치지 않고 그림 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대표팀의 집중력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렇다고 긴장을 풀기에는 이르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멕시코가 스위스를 꺾고, 한국이 가봉에 2점차 이상으로 패한다면 다득점에서 밀려 8강 진출이 좌절될 수도 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가봉도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올 게 뻔하다. 음부루노 가봉 감독은 멕시코전이 끝난 뒤 "모든 팀들처럼 한국을 존중한다. 한국전은 매우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전이) 올림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의욕을 보였다. 

■스페인 조별리그 탈락 '굴욕'

한편 런던올림픽 남자축구에서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무적함대' 스페인이 2연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스페인은 29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온두라스와의 D조 2차전에서 전반 7분 선제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지난 26일 일본에 0-1로 무릎을 꿇은 스페인은 '무득점 2연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모로코(1승1패)와의 3차전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반면 같은 조의 일본은 이날 모로코 1-0으로 꺾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