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이 1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급 결승에서 독일 올레 비쇼프에게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회 직전 왼쪽 어깨 등 부상
- 수술 대신 정신력으로 승부
- 그랜드슬램 최종 퍼즐 맞춰

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급 결승전은 4년 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결승에 진출한 두 선수가 4년 전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치며 김재범(27)이 흘렸던 아쉬움의 눈물은 환희와 감격의 눈물로 바뀌었고, 4년 전 김재범을 눕히며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던 올레 비쇼프(독일)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며 새로운 챔피언에 경의를 표했다.

김재범은 사실 이번 올림픽에서 몸의 왼쪽을 전혀 쓸 수 없었다. 그는 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KRA 코리아 월드컵 국제유도대회를 치르다 왼쪽 어깨가 탈골되면서 대회를 포기했고, 최근에는 왼쪽 무릎 인대까지 다쳤다. 이후 왼쪽 어깨는 세 번이나 탈구되면서 사실상 골절 상태였고, 왼쪽 팔꿈치는 뼛조각이 돌아다니고 인대도 많이 상해 수술이 급했다. 여기에다 왼쪽 손가락 인대마저 끊어지면서 6주 동안이나 제대로 훈련을 하지도 못했다. 대회 참가 자체가 기적이었던 셈이다.

그는 경기 전날까지도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부상이 심각했지만 진통제를 맞아가며 훈련했고, 결국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4년 전 자신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기며 금메달을 가져갔던 비쇼프에게 통쾌하게 설욕하고 되찾아온 금메달이었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김재범의 '불꽃 투혼' 덕에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노 골드'의 수모를 겪을 뻔했던 한국 유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 유도는 이틀째 남자 66㎏급에서 조준호가 '판정번복'을 겪으며 동메달에 머무른 데 이어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왕기춘(24)마저 73㎏급에서 메달 사냥에 실패하면서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 때문에 김재범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정훈 감독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이번 대회에서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정 감독은 김재범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김재범은 1일 영국 런던 시내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난 없는 축복은 없다는 생각으로 훈련을 했다"면서 "다칠 때마다 '일등을 하려고 다치는구나'라고 스스로 다독였다"고 밝혔다.

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에 이어 올림픽마저 제패하며 유도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김재범은 다음 올림픽을 향한 도전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물 흐르는 듯이 가겠다. 그러다가 올림픽에 나갈 운이 맞으면 최선을 다하겠다"며 "혹시라도 올림픽에 못 가게 될 것 같으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