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률팀 득실 따지는 제도 원인
- 새로운 대안 마련 목소리 고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상식 밖의 이상한 규정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WBC 조직위원회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D조 1라운드 경기 도중 집단 난투극을 벌인 캐나다와 멕시코 야구대표팀 선수 7명을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두 팀이 1라운드에서 탈락한 이상 징계의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국제대회에서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한 선수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특히 이번 난투극이 이상한 대회 규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WBC 조직위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캐나다의 크리스 로빈슨은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9-3으로 앞선 9회 선두 타자로 나와 번트 안타를 만들어 냈다. 통상적으로 야구 경기에서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에서 번트를 대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멕시코 투수 아르놀드 레온이 후속타자 러네 토소니에게 몸쪽 위협구를 던져 경고를 받은 데 이어 토소니의 등을 맞히면서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이 같은 불상사는 1라운드에서 동률팀이 나올 경우 득실점 차가 많은 팀에 우선권을 주는 대회 규정 때문에 발생했다. 이탈리아에 4-14로 패한 캐나다는 멕시코에 최대한 많은 점수 차로 이겨야 했고, 멕시코의 '보복'을 예상하고도 번트를 감행한 것이다.

사실 역대 WBC에서 규정 때문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본 팀은 한국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대만, 네덜란드와 2승1패로 동률을 이뤘으나 득실점 차에 밀려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2006년 제1회 대회 때는 1~2라운드에서 6전 전승을 거두고도 세 번이나 일본을 만나는 희한한 대진 탓에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2회 대회에서는 변형 패자부활전 방식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봤다. 당시 1~2라운드에서 패자부활전 승자와 이미 승자 결승에 오른 팀이 조 순위 결정전을 또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한국과 일본은 결승까지 무려 다섯 번이나 맞붙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짜인 일정과 조 편성이 바뀌지 않고서는 다음 대회에서도 규정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