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분간 8810m'. 8년 만에 네덜란드 프로축구 아인트호벤의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32)이 21일(한국시간) 친정 복귀전에서 뛴 거리다. 그의 복귀전은 '산소탱크'의 위력과 녹슬지 않은 기량을 유감 없이 보여준 무대였다.

박지성은 이날 AC밀란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홈경기에 선발 출장해 68분간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비록 팀은 1-1로 비겼지만, 상대는 이탈리아의 '거함'이었다. 게다가 박지성은 최근 가벼운 부상 때문에 완전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오른쪽 날개로 나온 박지성은 중앙뿐 아니라 최전방까지 올라가는 전성기 시절의 활동량을 보이며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특히 0-1로 뒤지던 상황에서 천금 같은 동점골이 터지는 과정에 기여했다.

박지성은 후반 15분 역습 때 상대 선수들이 후방 깊숙이 포진해 중원이 비자 후방에 있던 수비수 제프리 브루마에게 공을 넘겼다. 브루마는 박지성의 의중을 읽었다는 듯이 곧바로 중거리포를 날렸고, 갑작스러운 슈팅에 골키퍼는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이어 마타우쉬가 튀어나온 공을 헤딩으로 골문 안에 밀어넣었다. 아인트호벤은 이 골로 챔스리그 본선 진출의 불씨를 살렸다.

당초 박지성은 후반에 교체 출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코쿠 감독은 박지성을 '깜짝' 선발 출장시켰다. 챔스리그 경험이 풍부한 AC밀란을 상대로 아인트호벤의 젊은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치려면 박지성의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날 AC밀란 선수들은 통산 챔스리그 290경기에 출장해 21골을 기록한 반면 아인트호벤 선수들은 62경기 출장에 4골이 전부였다. 이중 54경기 4골은 박지성의 기록이다.

한편 아인트호벤 구단은 박지성을 클럽 역사 100년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로 선정했다. 구단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비로운 박지성'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1913년 8월 31일 창단한 아인트호벤은 100주년을 맞기 100일 전부터 '100일의 100년'이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구단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선수와 큰 사건들을 100회분 영상으로 정리해 매일 1회씩 공개하는 것이다. 박지성에 앞서 호나우두, 뤼트 굴리트, 아르연 로번 등 '레전드'들이 여기에서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