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이 나오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2008년 본격적으로 진출한 양희영(24·KB금융그룹)은 20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118차례 대회에 출전했다.

물론 그 사이에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에서 3승을 거뒀고 국내 대회에서도2011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LPGA 투어 우승의 의미는 남다르기만 했다.

9언더파 207타를 친 뒤 서희경(27·하이트진로)과 연장 승부를 벌여 우승한 양희영은 "정말 너무 오래 기다린 첫 우승"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우승해 더 기쁘다.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한데 오늘 잠이 안 올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장 첫 번째 홀인 18번 홀(파5)에서 약 4.5ｍ 버디 퍼트를 성공한 그는 "요즘 샷 감각이 좋아 자신감이 있었다"며 "특히 이번 주에 퍼트가 잘 된 것이 우승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LPGA 투어에서 준우승만 네 차례 했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양희영은 골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공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드디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먼저 함께 고생한 가족들이 생각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양희영은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많이 힘들었다"며 "부모님 앞에서 울기도 많이 했고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슬럼프였던 시절을 되돌아봤다.

가족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가대표 카누 선수 출신인 양준모 씨와 창던지기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출신 장선희 씨의 딸이다.

양희영은 "부모님께서 체격도 좋고 운동에 대한 이해도 많이 해주신다"며 "특히어머니께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또 "부모님과 동생이 항상 뒤에서 응원해줘 슬럼프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슬럼프를 이겨내면서 골프에 대한 강박관념도 벗어던졌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휴식도 없이 앞만 보고 가는 스타일이었다"며 "연습도 해가 질 때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주변을 보면서 휴식도 하다 보니 많이 좋아졌다"고 자평했다. 또 주위에 더 힘들어하는 동료 선수들을 보면서 기운을 냈다는 것이다.

2011년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모두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은 양희영은 다음 주 역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양희영은 "첫 우승을 일궜기 때문에 이제 두 번째 우승을 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