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의 질주가 2010 밴쿠버 대회에 이어 2014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계속되자 최고라고 자부하던 선수들은 이상화의 벽에 막혀 2인자의 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상화는 12일(한국시간)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한국팀에 첫번째 메달을 금으로 안겼다.
이상화는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면서 2연패에 성공하자 한때 자신들도 '여제'라고 자부하던 스케이터들은 이상화가 시상대 꼭대기에 등극하는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주자들이 예니 볼프(35·독일)와 왕베이싱(29·중국)이다.
볼프와 왕베이싱은 이상화가 올림픽 2연패와 4연속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최강자로 떠오르기 전에 당대를 주름잡던 선수들이다.
볼프는 2007∼2009년 세 차례 연달아 여자 500ｍ 세계 신기록을 작성한 말이 필요없는 강자다.
2002년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에서 37초22를 찍은 이래 5년간 깨지지 않던 기록의 시계를 다시 돌린 볼프는 2009년 37초00까지 세계기록을 단축, 새 시대의 발판을 놓았다.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네 차례나 500ｍ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도 한 차례 정상에 섰다.
1998-1999시즌부터 16시즌 동안 볼프가 월드컵에서 따낸 500ｍ 금메달은 49개에 이른다.
이상화가 10시즌 동안 따낸 금메달(22개)의 두 배가 넘는다.
볼프는 한창 세계기록을 작성하고 선수 생활의 절정을 달리던 2010 밴쿠버 대회에서 의심의 여지 없는 금메달 후보였다.
그러나 예상을 깬 '쾌속 레이스'를 벌인 이상화에 덜미를 잡혀 역대 가장 작은 0.05초 차이로 은메달에 그치고 고개를 숙였다.
볼프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재도전에 나섰지만, 이제는 후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이 역력해 6위로 경기를 마쳤다.
또 다른 2인자는 왕베이싱이다. 그는 역대 월드컵에서 12개의 금메달을 수확하고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00ｍ 은메달만 5개를 수확해 한때 이상화의 최대 맞수로 꼽혔다.
그러나 1차 레이스에서 37초82의 저조한 기록으로 6위에 그친 그는 2차 레이스에서 오히려 기록이 37초86으로 뒷걸음질쳐 볼프보다 한 단계 낮은 7위에 머물렀다.
이상화를 견제하는 '중국 세력'의 또 다른 주인공 위징(29)은 아예 소치올림픽무대를 밟지 못했다.
위징은 2012년 36초94의 세계신기록을 작성, 여자 500ｍ에서 사상 처음으로 37초의 벽을 깬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듬해 이상화가 4연속 신기록 행진을 벌이며 기록을 36초36까지 단축하면서 위징은 '새 시대의 디딤돌'에 그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상화가 소치 올림픽을 계기로 정점에 서 있지만, 2인자들은 오히려 정상에 서지 못한 채 저물어가는 형국으로 이상화의 영광을 바라만 봐야 했다.
한편, 이상화는 13일 오후 11시(한국시각)부터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4 소피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1000m 경기에서 2관왕을 향한 질주를 이어간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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