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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사퇴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오른쪽 세 번째)과 허정무 부회장(오른쪽 네 번째) 등 축구협회 임원진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유임 후 일주일 만에 사퇴 번복
- 대표팀 장단점 파악 시간 부족
- 1년 여 짧은 기간 고심 끝 선발
- 회식 관련 패배 슬픔 위로 목적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의 아이콘'에서 순식간에 치욕스러운 '패장'으로 쓸쓸히 퇴장했다.
홍 감독이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 사퇴의사를 밝힌 배경은 한국 축구의 사령탑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에 따른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의 대중성과 한국 축구에 대한 공헌도, 청소년대표와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보여준 지도자 자질, 그리고 실질적으로 월드컵 대표팀을 1년밖에 지도하지 않은 기간 등을 감안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게다가 홍 감독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토지를 구매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대표팀이 조별리그 탈락 후 음주 가무를 곁들인 회식 장면 사진까지 유출되면서 비난 여론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다음은 홍 감독과의 일문일답.
-유임 결정이 내려지고 나서 다시 사퇴를 결심한 배경은.
▶벨기에전을 마치고 나서 사퇴 의사를 (협회에) 말씀드렸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이 와서 (아시안컵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에 팀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 제가 간단하게 사퇴를 하는 것도 무책임한 생각이라고도 여겼다. 하지만 다시 사퇴 결심을 하게 된 것은 한국에 돌아와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제가 결론을 내리고 판단한 것이다.
-토지 구매 등 사생활이 들춰진 것이 영향을 줬는지.
▶땅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다. 제가 그동안 그렇게 비겁하게 살지는 않았다. 훈련 시간에 나와서 땅을 본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다. 동영상으로 나돌았던 회식에 대해서는 당시 제가 사퇴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또 어린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슬픔이 깊었고 저는 그 부분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
-월드컵 실패에 대한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일본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은 것이 있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은 월드컵에서 실패하고 나서 감독이 다 바뀌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 월드컵 실패의 자산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철저한 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전술적인 부분과 선수 컨디션 부분에서 잘못이 컸다. 잘 정리해서 축구협회에 넘기겠다.
-다시 월드컵을 준비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
▶실패 원인 가운데 제가 지역 예선을 거치지 않은 것이 컸다고 생각한다. 예선을 거쳤다면 선수들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다 보니 제가 아는 선수들로 팀의 골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여기게 됐다. 특히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과 1월 미국 평가전을 치르면서 국내 선수들과 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많이 평가했다. 결국 유럽에서 뛰지만 경기 출전 기회는 별로 없는 선수와 그보다 조금 수준이 떨어지지만 국내에서 많이 뛰는 선수들을 놓고 어떻게 선수를 구성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국내 선수로 구성된) 지난 1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0-4로 진 것이 제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