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따낸 FC서울의 최용수(41) 감독이 "운명의 장난 같은 경기"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30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최종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둔 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3위 포항에 승점 3이 뒤지고 있던 4위 서울은 무조건 승리하고 포항이 패해야만 3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바늘귀 통과'하기였다.

더구나 서울은 제주에 먼저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고, 포항은 수원 삼성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으면서 3위 탈환의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져 갔다. 최 감독 역시초초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좀처럼 제주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윤일록이 후반 24분 동점골을 넣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기에후반 35분 제주의 수비수 이용이 과격한 태클로 퇴장당하는 호재까지 겹치면서 서울의 벤치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울이 추격의 고삐를 죄는 사이 포항은 수원에 연속골을 얻어맞으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결국 서울은 후반 44분 오스마르가 3위를 확정하는 역전결승골을 꽂아 팀의 2-1 승리를 결정했다.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따낸 최 감독은 "확률적으로 쉽지 않았고 선수들도 지쳐 있었다"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팬들에게 투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렷한 동기부여가 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잘 해줬다"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다. 남은 기간에 잘 준비해서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꼭 올라갈 수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이어 "누군가 포항이 수원에 이기고 있다고 알려주면서 솔직히 마음을 비웠다"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한 해였다. 시즌 막판에 전술적으로 큰 실수를 많이 했다"며 "내년에는 젊은 지도자다운 강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겠다. 성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시련을 통해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항을 꺾어준 수원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수원이 뚜렷한 동기부여가 없어 1.5군으로 나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끝까지 스포츠정신을 지켜줬다"며 "라이벌이지만 이런 경기를 통해서 화합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웃음을 지었다.

한편,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에 원정응원을 나선 FC서울 서포터스인 '수호신'은경기가 끝난 뒤 포항을 이겨준 수원에 감사하는 뜻으로 수원의 클럽송인 '나의 사랑나의 수원'을 목놓아 부르는 장면이 연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