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제2구장인 청주야구장 시설 개선에 예산을 쏟아붓고도 만족할만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라운드 상태나 시설물 문제로 원정팀 감독은 물론 홈팀 감독의 불평을 샀다.

한화에 비로 취소된 홈경기를 청주에 추가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한화 홈경기 확대를 위해 대규모 예산을 쏟아붓고도 푸대접을 받은 셈이다.

5일 청주시에 따르면 올 시즌 프로야구 한화의 청주 홈경기는 지난 2일 KIA 타이거즈와의 2연전 2차전 경기를 끝으로 종료됐다.

시는 2013년 이후 인조잔디 설치, 관중석 증설, 투수연습장 조성 등 청주야구장1단계 시설 개선 사업에 이어 중앙 펜스 거리 확장(110m→115m) 등 2단계 시설 개선사업을 벌였다.

중장거리 타자에게는 스쳐도 홈런이라는 '미니구장'의 오명과 낙후성을 벗으려는 조처였다.

외견상으로는 확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야구장의 품질까지 좋아진 것은아니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난 7월 15일 지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리모델링한) 청주야구장의 마운드가 별로 좋지 않고 벤치에서 경기장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 2일에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원정팀인 KIA 김기태 감독이 "더그아웃에 CCTV 모니터가 있다. 모니터로 상대 벤치의 사인을 훔쳐 볼 수도 있다"며 심판진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장면이 중계되자 인터넷상에는 "한화가 사인을 훔쳐보려고 모니터를 설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 댓글이 넘쳐났다.

시는 이 모니터가 문제가 되자 "벤치에서 야구장 전체를 살필 수 있도록 도움을주기 위해 설치한 시설물이다. 상대편 벤치는 전혀 볼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웃음거리만 됐다.

시는 올 시즌 청주경기 종료 이후 12억원을 들여 마운드 점검, 1·3루 파울라인쪽 경사도 조정, 더그아웃 높이 확대, 탁자 등 특화석 설치, 중계석 뒤쪽 보행통로 개설 등 3단계 시설 개선 공사를 벌인다.

시는 거듭된 시설 개선 의지와 청주의 야구 열기를 고려, 지난달 초 한화에 공문을 보내 "하반기에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 중 일부가 청주에서 열릴 수 있도록 해달라"며 청주 홈경기 추가 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화는 최근 "청주 경기는 선수단 호텔 숙박과 단체 이동 등 원정경기에준해 운영돼 선수들에게 체력적 부담이 된다. 선수 휴식과 훈련 시설이 대전구장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해 선수단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의 답문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청주야구장 시설개선이 모두 끝난 뒤 다시 협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보였다.

디지털뉴스부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