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사직야구장의 네이밍권을 롯데 자이언츠에 20억 원에 팔려고 하자 시민단체들이 "헐값 매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1일 부산시와 '좋은롯데 만들기 부산운동본부'에 따르면 시와 롯데는 사직구장 네이밍권 협상을 진행 중이다. 롯데가 조명탑 전구를 LED로 교체하는 비용 20억 원을 부담하는 대신 15년 동안 사직구장 네이밍권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는 대신 구장 이름에 '부산'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새 명칭은 부산과 롯데를 합친 '부산롯데스타디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좋은롯데 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서에서 "20억 원을 15년간 사용한다면 연간 1억3300만 원 정도다. 매년 100만 명 가까운 관중이 찾는 사직야구장 네이밍권을 이런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06년 넥센 타이어가 사직야구장에 대한 명칭 사용권을 얻기 위해 5년간 연간 3억 원, 총 15억 원을 제시했다. 당시 부산시는 '사직야구장 네이밍 라이트 컨설팅'이라는 용역 결과를 들어 구장 명칭 사용에 따른 적정 후원액으로 연간 5억 원을 주장해 협상이 결렬된 전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연간 5억 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롯데가 제시했는데도 부산시가 이를 수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기아와 삼성은 광주와 대구의 신축 야구장 건립에 각각 수백억 원을 투자해 야구장 광고권, 네이밍권을 장기간 확보했다. 롯데가 진정 부산 야구와 사직야구장을 위한다면 조명탑 교체 비용이 아닌 새 야구장 건립에 대한 통큰 지원과 이에 대한 운영관리권을 협상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운동본부는 또 "부산시는 왜 롯데 앞에만 서면 기를 펴지 못하는가. 사직야구장 네이밍권에 대한 협상에서 부산시가 부산시민을 위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야구팬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부산시는 당초 지역 내 여러 기업에 네이밍권 계약을 타진했지만, 기업들은 야구장이라는 한계 때문에 난색을 보여 결국 롯데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사직구장은 조명탑, 화장실을 비롯한 편의시설과 관람석이 낡아 관중들의 불만을 사 왔다. 특히 조명탑의 노후화는 심각해 지난해에는 내야 조명이 꺼져 경기가 중단되면서 서스펜디드게임이 선언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은 근근이 넘겼지만 언제 같은 사고가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