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고 프로스포츠 구단의 새내기 감독 3인방이 부산 사직체육관에 모여 병신년 새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조동현 부산 kt 감독,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 최영준 부산 아이파크 감독. 백한기 선임기자

# 조동현 kt 감독

- 엉망이었던 팀 이젠 규율 잡혀가
- 스승 유재학 감독 조직 정비 배워
- 새벽운동으로 부족한 기본기 다져
- 예산 줄이고 선수 영입 직접 챙겨

# 조원우 롯데 감독

- 선수 영입 성과는 시즌 치러봐야
- 스트레스 탓에 머리가 허옇게 변해
- 2군 꾸준히 관심둬야 1군도 발전
- 농구단 좋은 성적 내 기운 나눠주길

# 최영준 부산 감독

- 강등 탓에 두 달간 욕 많이 먹어
- 처음 왔을 때 선수 절반이 환자
- 경기 땐 단호하게, 밖에선 친하게
- 좋은 선수 영입해 팀 잘 키울 것

시집간 지 얼마 안된 새댁들이 각자 집안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내는 것 같았다. 부산의 프로구단을 이끌어가는 부산 아이파크 최영준(50),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44), 부산 kt 조동현(39) 감독이 한자리에 모였다. 공교롭게도 구단 3곳은 모두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냈고 세 감독 역시 처음 팀을 맡은 새내기다. 종목이 달라 서로 일면식도 없었던 첫 만남이지만 개그감각이 뛰어난 조원우 감독과 막내 조동현 감독이 분위기를 달궜고 맏형 최 감독이 중심을 잡았다. 말문이 터진 세 감독은 새댁들보다 더 수다스러웠다.

	조원우 감독

조원우=세 감독이 모이는 자리가 예전부터 있었는지 모르겠다. 각기 종목은 다르지만 이 자리를 통해 새내기 감독인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두 분께 많은 가르침을 부탁한다.

최영준=아니다. 제가 오히려 배워야 한다. 저는 그동안 수석코치 생활을 오래 했다. 프로구단 감독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휘봉을 잡은 지 이제 두 달이 지났는데 벌써 유명인사가 됐다. 부산 아이파크 강등 때문에 여기저기서 욕을 많이 먹었다(웃음).

조동현=정말로 고생하셨다. 농구는 한창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제 팀의 규율이 좀 잡혀간다. 올해 처음 감독직을 맡았을 땐 팀이 정말 엉망이었다.

최영준=감독님 말에 공감한다. 부산 아이파크에 처음 왔을 때 선수의 절반이 환자였다. 가용 인원이 13명밖에 되지 않아 시즌 마지막 중요한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후반전에 선수를 교체하는 순간 팀이 와르르 무너지곤 했다.

조동현=kt 선수단은 15명밖에 안된다. 실제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는 12명 정도다. 한두 명의 선수가 엄살을 부리면서 빠지기 시작하면 팀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최영준=새 시즌에 대비해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데 2부리그로 떨어져서 그런지 좋은 선수 구하기가 참 어렵다. 롯데는 알찬 선수 영입을 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

조원우=꼭 필요한 선수들을 뽑아줘서 프런트에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시즌을 치러봐야 알 수 있다. 농구는 특히 용병농사가 중요하지 않나.

	조동현 감독

조동현=맞는 말이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한 해 성적을 결정한다. 외국인 선수는 잘 뽑았다고 본다. 다만 블레이클리가 기복이 있다. 잘 다독여 시즌을 치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조원우=농구 경기를 보다 보면 작전타임 때 감독이 몇몇 선수에게 엄청 화내는 게 카메라에 잡힌다. 진짜 화나서 그러는 건가.

조동현=선수들이 어리다 보니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화를 좀 내는 편이다. 일부러 화를 내지는 않는다.

조원우=옛날에 유재학, 전창진 감독 등은 마이크를 대고 있는데도 "야~!"하고 화내는 거 보면 놀라웠다.

조동현=코치할 때는 몰랐는데 경기 중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다.

조원우=저는 아직 필드도 안 나가봤는데 벌써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다 허옇게 셌다.

	최영준 감독

최영준=이번 시즌 막판에 저도 골머리를 좀 앓았다.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한다.

조동현=저는 엄격하기로 소문난 유재학 감독 밑에서 코치생활을 한 게 조직을 정비하고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조원우=유재학 감독은 '만 수'를 가지고 계시다던데 밑에서 오천 수 정도는 배우셨는가(웃음).

조동현=유재학 감독이 '만 수'를 가졌다고 하지만 실상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상대 팀에 따라 패턴을 따로 연습하긴 한다. 하지만 경기 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선수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준비된 작전을 못 펼치는 경우가 있다. 그보다 저부터 제대로 하려고 한다. 특히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엔 선수들이 술도 잘 안 마신다. 술 먹는 것 말고도 젊은 친구들은 할 게 정말 많다. 모 농구단의 유명선수는 모바일 게임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 프런트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우리 선수단은 감독, 코치, 선수랄 것 없이 모두가 밤 11시에 취침하고 오전 6시30분에 새벽 운동을 시작한다.

조원우=정말 일찍 자는 게 아닌가. 야구 같은 경우는 야간 경기가 끝나면 그때야 저녁 식사 후 휴식을 취한다. 그러다 새벽 3~4시쯤 잠자리에 든다. 그래서 다음 날 낮 경기가 있으면 선수들이 정말 힘들어한다. 정규리그가 144게임 진행되니 정해진 취침시간이나 새벽 운동은 꿈도 꾸기 힘들다.

최영준=프로 선수들이 새벽 운동을 하는가. 선수들이 잘 따라올지 궁금하다. 오히려 팀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 아닌가.

조동현=선수들 관절에 무리가 가는 힘든 운동을 시키는 게 아니다. 요즘 학원스포츠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 때문에 기본기조차 제대로 안 갖추고 프로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오전 6시 30분에 기상시켜 한 시간 정도 체육관에서 가볍게 양손드리블 같은 것을 시킨다. 그리고 꼭 다 같이 아침 식사를 한다. 외국인 용병 선수들도 예외란 없다. 제가 직접 새벽 운동에 참가해 모범을 보이니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 이제 시간이 좀 흘러 선수들이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최영준=들어보니 괜찮은 아이디어다. 가벼운 새벽 운동은 조직 기강을 세우고 선수들 실력 상승도 기대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우리도 2부리그로 강등된 마당에 선수들에게 새벽 운동 하자고 하면 군말 없이 참가하지 않을까(웃음).

조원우=야구단에선 그런 건 꿈도 못 꾼다. 일단 선수가 90명이 넘는다. 그리고 요즘 1군 선수들은 따로 시키지 않아도 워낙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자신들이 몇 년 잘하면 거액의 자유계약(FA)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팀 내 선수들 사이에도 연봉 차이가 크게 난다. 1군과 2군은 천지 차이다. 한번은 모 야구단 유명 선수의 로커룸을 봤는데 야구 배트만 100개가 넘더라. 2군 선수들은 배트 하나도 부러질까 소중하게 다룬다. 배트를 선물로 주면 정말 좋아한다. 농구는 2군이 있는가.

조동현=우리는 D-리그(프로농구 2부리그) 팀이 있었지만 해체됐다. 새해에 다시 2군 팀을 만들 계획이다. 아무래도 2군이 있으면 선수 활용 폭이 넓어질 것 같다. 2군 팀을 운영할 때 어떤 것이 중요한지 감독님들이 조언을 좀 해달라.

최영준=축구는 예전에는 2군리그를 운영했다. 2군 팀끼리 경기를 치르곤 했는데 1, 2부리그 강등제도가 생기면서 없어졌다. 올 시즌부터 2군이 부활한다.

조원우=2군 선수들에게도 꾸준히 관심을 둬 야 한다. 꼭 2, 3명씩은 시기별로 로테이션시키는 게 좋다. 그래야 1군과 2군 선수가 모두 발전한다. 웃긴 것은 코치 때는 선수들과 격 없이 지냈는데 감독이 되고 나니 선수들이 어색해한다. 한번은 친하게 지냈던 선수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는데 쭈뼛거리며 서 있더라. 조직의 기강도 중요하지만 제 성격상 그게 잘 안된다. 이제 선수들과 관계를 좀 자유롭게 할 생각이다. 어색해서 못 참겠다.

최영준=저도 운동장에서는 정말 단호하게 한다. 하지만 밖에서는 선수들과 친해지려고 한다. 일단 우리는 팀 재건을 위해 내보내야 할 선수는 내보냈다. 새로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조동현=농구에서 공개 테스트 격인 신인 드래프트를 해도 요즘은 뽑을 선수가 없다. 이제는 대학생 선수들이 주말 리그를 소화하다 보니까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좋지만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단점이다.

최영준=확실히 그런 면이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조원우=그런데 확실히 성적이 나쁜 선수는 게으르더라. 2군에 있는 선수들이 1군 선수들보다 운동량이 훨씬 적다.

최영준=맞는 말이다. 축구도 그라운드에 나서면 죽을힘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

조동현=반대의 경우도 있더라. 연습경기 때는 곧잘 하는 선수가 실전에서는 이상하게 기량을 못 펼치는 경우가 있다.

최영준=그게 실력인 것 같다. 멘털도 경기력의 일부분이다.

조원우=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을 만났다. 류 감독이 "조 감독, 이제 삼성은 좋은 시절 다 끝났다"고 말하더라. 그쪽은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다가 팀 소속이 제일기획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더라. 예산 지원이 줄어들어 다른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동현=저는 쓸데없는 예산은 줄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된 이후 농구단에 불필요한 보직을 정리했다.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싶으면 스카우터를 고용할 게 아니라 감독이나 코치가 직접 가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선수의 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준=좋은 말씀이다. 코치들이 올려주는 보고서 몇 장으로 선수를 판단하긴 힘들다. 이번 공개 테스트에도 직접 가서 새로운 선수들을 눈으로 보고 발굴했다.

조원우=저도 아직 시즌 전이지만 준비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코치 때와 완전히 다르다. 이제 선수 선발만 마무리됐다.

조원우=지금 농구는 시즌 진행 중인데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맙다. 부디 앞으로 좋은 성적 내주길 부탁한다. 농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서 그 기운을 축구단과 야구단에 나눠주면 좋겠다.

조동현=아직 팀을 재건 중이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 두 감독님도 좋은 성적 내길 바란다.

조원우=고맙다. 농구팀만 믿겠다(일동 웃음).

최영준=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국제신문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엔 소주 한잔하면 좋겠다.


◇조동현 감독

1976년 대전生

대전고 연세대

1999년 대우 제우스 입단

울산 모비스 코치


◇조원우 감독

1971년 부산生

부산고 고려대

1994년 쌍방울 레이더스 입단

롯데 자이언츠 코치, 두산 베어스 코치, SK와이번스 수석 코치


◇최영준 감독

1965년 서울生

숭실고 연세대

1988년 럭키금성 입단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 코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정리=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