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장서 휴대전화 끄기 등 앞장
- 실책 줄이려 기본기 향상에 집중
- 불펜 보강·선수 유출 최소화 만족
- 꾸준한 믿음 주기·소통에도 노력

"'나'가 아닌 '우리'입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1월 있었던 시무식에서 선수단 전체에게 했던 말이다. 짧지만 한마디가 남긴 여운은 강했다. 지난 시즌까지 롯데는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조 감독은 모래알 같았던 조직을 하나로 뭉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Team First, Fan First'라는 올 시즌 롯데의 캐치프레이즈도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조 감독은 선수단에게 경기장 안에서의 집중력을 강조한다. 집중이란 게 별다른 것은 아니다. 모든 선수가 경기 내내 집중할 수 없다. 다만 수비나 공격 시에 항상 준비를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격 시 타석에 들어서기 전 상대 투수의 구질을 파악하는 등 미리 타석을 준비하는 게 집중이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오늘 어떤 공으로 타구가 많이 날아오는지 미리 생각하고 수비 위치를 한 번 더 신경 쓰고 반 발짝 먼저 움직이려고 준비하라는 의미다. 조 감독은 이런 집중력을 키워야 강팀이 되고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조 감독은 솔선수범했다. 경기장에서는 휴대전화를 자진해서 꺼버렸다. 조 감독의 휴대전화가 불통이 되니 취재 기자들은 울상이 됐다. 하지만 조 감독의 이런 행동은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롯데 선수단은 집중하며 똘똘 뭉칠 수 있었다.

조 감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선수단의 집중력을 높이기도 했다. 조 감독은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언론사 인터뷰를 사절했던 손아섭을 취재진 앞에 데리고 왔다.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그 포스팅과 몸 상태 이야기를 꺼냈다. 이런 자리를 통해 조 감독은 손아섭의 마음을 풀어주고 훈련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농담 섞인 이야기를 꺼내며 선수들의 마음 상태를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조 감독이 지난해 11월 대만 마무리 훈련 때부터 강조한 또 하나는 기본기이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그에 대한 훈련을 계속했다. 선수들도 공감하고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집중력 있게 경기를 하는 데 필요한 게 기본기라 느낀다. 코치진의 지도로 선수들은 캠프 내내 처음 야구를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임했다.

기본기를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시즌 롯데가 114개의 실책을 범하며 리그 2위에 올라서이다. 실책이 자주 나오면 팀 성적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팀 분위기도 가라앉는다.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는 오전 훈련 시간을 모두 할애했을 정도다. 설사 안타를 내주더라도 실책으로 한 베이스를 더 허용하지는 말자는 게 조 감독의 훈련 포인트이다. 시범 경기를 치르며 롯데 선수들의 실책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한 것에 대해서도 조 감독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작년 11월 롯데 자이언츠는 자유계약(FA) 선수인 손승락, 윤길현을 영입했고 송승준과 FA 계약을 맺으며 선수 유출을 막았다. 또 2차 드래프트에서 외야수 박헌도를 영입했고 윤길현의 FA 보상 선수로 김승회를 SK 와이번스에 내주긴 했지만 미래 롯데 마운드를 책임질 젊은 선수들의 유출을 최소화했다. 새로운 불펜 투수의 합류로 조 감독의 전력 구상은 탄력을 받았다.

불펜진의 안정화는 선발 투수의 강화로 이어졌다. 조 감독도 정대현-윤길현-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만들어졌기에 4, 5 선발 투수로 기용될 여러 투수 자원을 살펴볼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 동안 여러 선수가 선발 투수 후보로 올랐지만 시범경기를 치른 조 감독은 사실상 고원준과 박세웅을 낙점했다.

더불어 조 감독은 불펜진 강화를 통해 올해는 1, 2점 차 승부도 자신한다. 지난 시즌 롯데에 3할 타자는 5명이고 20홈런 이상 친 타자는 4명이다. 분명 방망이는 좋은 팀이었다. 하지만 롯데의 성적은 하위권이었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팀이 이기고 있을 때 안타와 홈런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박빙의 승부처에서 좋은 타격으로 동점을 만들고 역전하는 게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조 감독은 올 시즌 불펜진을 강화한 점은 분명 좋은 팀 성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년간 가을 야구를 하지 못한 팀이기에 조 감독이 느끼는 부담감도 크다. 자신이 초보 감독이고 리그 전체 감독 중 막내라는 점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시즌을 치르는 내내 조바심을 내지 않을 생각이다. 선수들을 믿어볼 작정이다. 특히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더라도 몇 경기 잘못했다고 갑자기 빼버리는 경우는 없다는 의미다. 조 감독은 선수에게 꾸준한 믿음을 줘야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좋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원우표 믿음의 야구가 올 시즌 선수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올 시즌을 앞두고 경기장에서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유쾌했다. 선수들에게 친근한 삼촌이나 형처럼 대한다. 선수들과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임 후 처음에는 감독이라는 위치 때문에 선수들과 어색하게 지냈지만 이제는 자신이 신경 쓰여 그렇게 하지 않는다. 주장 강민호를 통해 선수들의 이런저런 고충을 듣고 개선해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조 감독의 올 시즌 목표는 5위 안에 들어 가을 야구를 하는 것이다. 그는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부산 팬들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있다. 다만 경기장에 많이 찾아오셔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가을야구를 꼭 해서 부산 팬들의 응원에 보답할 것이다. 한 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글=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안인석 기자 doll@kookje.co.kr    

사진=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국제신문DB 

◇ 롯데 1·2군 코칭 스태프 명단 ▶1군 감독  조원우 수석  김태균 타격  장종훈 정보명 투수  주형광 이용호 배터리  장재중 외야수비  김대익 수비  박정환 작전  최만호 트레이닝  장재영 컨디셔닝  류호진 운여훈 ▶2군 감독  손상대 타격  훌리오 프랑코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 구동우 배터리  강진규 수비  서한규 트레이닝  이영준

◇ 조원우 감독 프로필 1971년 부산 출생 수영초-부산중-부산고-고려대 1994~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 2000~2004년  SK 와이번스 선수 2005~2008년  한화 이글스 선수 2008~2009년  한화 이글스 코치 2011~2012년  롯데 자이언츠 코치 2013년  두산 베어스 코치 2014~2015년  SK 와이번스 코치 2015년 10월  롯데 자이언츠 감독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