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종목별 유망주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동계스포츠가 취약한 부산에도 볕이 들고 있지만, 아직은 겨우 명맥을 잇는 종목도 있다. 이 종목의 선수들은 비록 메달권에 드는 성적은 아닐지라도 부산을 대표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98회 동계체전에 출전하는 종목별 유일한 선수와 팀을 만나면서 부산 동계 종목의 현실을 짚어본다.

15일 오후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손지현(왼쪽)과 김기환이 연습에 앞서 자리를 함께했다. 서용환 감독 제공

- 오늘부터 동계체전 3종목씩 출전
- 지역 빙상장은 쇼트트랙만 허용
- 전용 장소 없이 실력향상 구슬땀
- 이승훈 이상화 보며 희망 되새겨
- 부산출신 공통점 남매처럼 의지

"경기장이 서울에 있다고 매일 부산에서 왔다 갔다 할 수는 없으니 답답하죠."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16일부터 열리는 제98회 전국동계체전 빙상 부문 사전경기에 부산의 유일한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출전하는 김기환(19·만덕고 3) 손지현(13·연포초 6) 선수다.

'김·손 남매'는 쇼트트랙을 거쳐 스피드스케이팅에 입문했고, 선수 생활도 늦게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두 선수의 경력은 각각 2, 3년 차에 접어들 정도로 짧지만, 기량은 급성장하고 있다. 김 선수는 지난해 3월 열린 빙상인 추모 전국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회 5000m 3위로 자신의 첫 전국대회 메달을 손에 넣었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도 훈련 중인 그는 "이전까지 열심히 운동한 걸 보답 받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손 선수도 지난해 동계체전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처음 출전한 후 기록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나 자신과 기록으로 경쟁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이 재미있고 성적도 더 잘 나온다"는 손 선수의 말과는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산에는 북구 덕천동에 빙상장이 있지만 쇼트트랙 규격으로만 활용할 수 있어 두 선수는 비시즌에 쇼트트랙 훈련과 대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 서용환 부산 스피드스케이팅 감독은 "아예 빙판을 밟지 않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겠지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시즌 중 태릉 빙상장에서 훈련하며 본 국가대표 이승훈(29·대한항공) 이상화(28·스포츠토토) 선수를 보며 꿈을 잃지 않는다. 김 선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철저한 몸 관리로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김·손 남매'는 자신의 장점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체력을 꼽았다. 김 선수는 "감독님께서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한데 뒤처지지 않고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신 둘 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기술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손 선수는 "경기를 시작하고 직선 주로에서 스피드가 나지 않은 약점을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두 선수는 부산이라는 인연으로 묶인 만큼 서로 도우면서 훈련한다. 실제 여동생이 있는 김 선수는 "선수 생활 초기에는 혼자 부산 출신이니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외로웠다"며 손지현 선수에게 틈날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손 선수는 "그래도 같은 부산 출신으로 알고 지낸 사이라 다른 선수들보다는 편하게 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손 남매'는 오는 18일까지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리는 동계체전 스피드스케이팅 대회에서 각각 3종목씩 부산을 대표해 출전한다. 손지현 선수는 "출전하는 부문에서 메달권에 드는 것이 목표"라며 "최종적으로는 태극마크도 달고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서 감독은 "아무리 트랙 연습을 한다 해도 경기장이 가까운 서울·수도권 선수들보다 많이 하기는 어렵다"며 "다른 선수들보다 경력이 짧고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할 환경이 안 되다 보니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