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동계체전 프리 스케이팅
- 전용 빙상장 없어 떠돌이 훈련
- 레슨·의상 등 비용도 만만찮아
- 고생하는 부모님 보며 주먹 불끈

지난 16일 저녁 북구 실내빙상장. 20여 명의 부산 피겨 스케이팅 꿈나무가 전국 동계체전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호리호리한 체격의 청일점 선수가 연신 점프를 성공시킨다. 부산 유일의 남자 피겨 선수로 활동 중인 이동혁(15·동양중 1) 선수다.

	지난 16일 북구 실내빙상장에서 피겨스케이팅 이동혁 선수가 동계체전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처음 타 본 스케이트와 진학 후 학원에서 배운 현대무용을 좋아했던 어린 소년에게 두 가지를 합한 피겨 스케이팅은 최적의 조합이었다. "이곳(북구 빙상장)에서 처음으로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을 봤는데 스케이팅이 재미있어 보였고, 땅 위가 아닌 얼음 위라 더 좋았다"는 이동혁 선수는 상대적으로 늦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부산시장배 대회에서 치른 데뷔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빙판에 들어서서 음악이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길 수 없었다"고 회상한 부산 유일 남자 선수에게 매번 금메달은 떼 놓은 당상이었다. 이 선수는 "처음에는 금색 메달을 가지는 게 그저 좋았는데 이제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며 "경쟁하면서 긴장감도 느끼고 승부에서 내가 더 뛰어나다는 희열도 맛보고 싶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아쉬움을 풀어준 계기는 지난해 열린 동계체전이었다. 당시 남자 초등부 싱글 D조(1-2급·총 8개 급수를 네 개 조로 배정)에는 8명의 선수가 출전했는데, 이 선수는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평소 대회에는 같은 조에 두세 명이 전부인데 당시는 나이·학년 상관없이 모든 초등부 선수를 모아서 평가했기 때문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이후 C조로 옮기고 첫 대회인 지난해 12월 전국남녀 피겨 노비스대회에서 총점 66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번 체전을 앞두고도 매일 훈련을 이어갔지만 고충이 컸다. "집에서 가까운 북구 빙상장은 대관이 잘 안 되고, 자주 들르는 김해시민스포츠센터 빙상장은 오는 6월까지 공사로 쓸 수 없어요. 울산 창원 동래로 매일 옮겨 다니는데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일 때가 많아요."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피겨 특성상 부모님의 어려움도 이해하고 있다. 이 선수는 "레슨비, 대관비, 장비·프로그램 교체 비용과 의상비까지 하면 한 시즌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난데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선수를 지도하는 김정솔 코치는 "표현 부문에서 남자 선수들은 쑥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동혁이는 감정을 잘 끌어올려 선보이는 것이 장점"이라며 "라이벌도 적고 여자 선수보다 주목도 덜 받지만 개의치 않고 선수로서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동혁 선수는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진행되는 제98회 동계체전 피겨 남자중등부 싱글 C 조에 출전해 19일 쇼트 프로그램을 마쳤고, 20일 프리 스케이팅 경기로 대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회에 앞서 그는 익힌 지 얼마 안 된 더블 악셀(2회전 반) 기술을 실전에서 완벽히 성공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그리고 쑥스러운 듯 혀를 내밀며 덧붙인다.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가보는 게 최종 목표에요."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부산 북구 실내빙상장  　 하루 일정(동계스포츠 시즌 기준) 오전 5~9시 빙상 종목별 대관 오전 9시~ 오후 6시 일반인 대관·강습 오후 6~8시 쇼트트랙 훈련 오후 8시~ 밤 10시 피겨스케이팅 훈련 밤 10~12시 컬링 훈련 ※빙상장 국제 규격  　길이 61m×폭 30m ※부산 유일 빙상 종목  　훈련 가능 시설  　(2018년 남구 제2실내빙상장 완공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