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 전 스케이트 날에 베여
- 주변서 말렸지만 출전 강행
- 한국인 최다 AG 금 보유자로
- "평창올림픽 목표 맞춰 준비"

'한국인 최초 동계아시안게임 4관왕' '역대 한국인 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보유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강자 이승훈(29·대한항공)에게 여러 수식어가 추가된 하루였다. 이승훈은 23일 일본 홋카이도 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11명의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5000m, 1만 m, 팀추월에 이어 대회 4관왕을 확정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다.

그는 지난 22일 주형준(26·동두천시청) 김민석(18·평촌고)과 함께 출전한 팀추월에서도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해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두 대회 연속 3관왕 기록을 세웠다. 이승훈은 이날 결과를 더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가 가졌던 한국인 최다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기록(5개)을 뛰어넘어 7개의 금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더불어 하계 아시안게임까지 통틀어 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보유자로도 이름을 남겼다. 이전까지는 '마린보이' 박태환을 포함해 3명이 기록한 6개가 최다였다.

이날 이승훈은 경기 초반부터 하위권에서 힘을 비축하는 전략으로 나섰다. 함께 출전한 이진영(24·강원도청)이 초반 앞서나간 츠치야 료스케(일본)를 따라가며 선두 그룹과 2위권의 격차를 줄였다. 이승훈은 선두에 나서지 않다가 마지막 바퀴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과시했다. 마지막 코너에서 바깥쪽으로 질주하며 다른 선수를 따돌린 그는 마지막 바퀴 1위에게 주어지는 점수(60점)를 독식하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대회 전만 해도 이승훈의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지난 1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선수권대회 팀추월 경기에 출전한 이승훈은 경기 중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본인의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정강이를 베이는 부상을 입었다. 살갗이 완전히 찢어져 8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아 걷기조차 힘든 상태라 주변에서는 아시안게임 출전을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후배들을 위해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이승훈은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나 혼자 넘어져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준비 과정이 수포가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선수로는 번번이 대표팀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한 이승훈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과감히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고, 6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남자 5000m 은메달에 이어 1만 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그 이후 슬럼프를 겪은 그의 희생정신은 이때부터 빛났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주형준, 김철민(25·강원도청)을 이끌고 맞바람을 견디며 체력 부담이 상당한 선두로 팀을 이끌며 은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이어 2014-2015시즌 스피드스케이팅에 처음 도입된 매스스타트에도 도전해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했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 4관왕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전망까지 밝혔다. 이승훈은 "모든 목표는 평창 올림픽에 맞춰졌다"며 "긍정적인 자세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