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비, 15개월 만에 경기 출전
- 올 시즌 첫 우승·통산 18승 거둬

- 될성부른 박성현 데뷔전서 3위
- 한국, 3주 연속 투어 우승자 배출

박인비(29)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우승하면서 '골프 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박인비가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박인비는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나흘째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박인비의 올 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18승이다. 박인비는 2015년에 이어 2년 만에 이 대회를 다시 제패하며 기분 좋은 기억을 이어갔다.

이번 우승은 박인비에게 의미가 크다. 그는 지난해 8월 부상을 무릅쓰고 출전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투혼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LPGA 투어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부진의 시간을 보냈다. 박인비는 손가락과 허리 부상에 시달려 지난해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컷 탈락 이후 LPGA 투어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는 오랜 부상을 털어내고 2015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약 15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2라운드를 단독 1위로 마친 박인비는 3라운드에서 1언더파밖에 추가하지 못한 부진 탓에 공동 5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다. 그는 초반 4개 홀을 파로 넘겼지만 5번 홀부터 무서운 기세로 버디를 낚아냈다. 5m 이상 되는 장거리 퍼팅도 쉽게 버디로 연결했다. 5, 6번 홀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잡아낸 박인비는 7번 홀을 쉬어간 뒤 8번 홀부터 이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5연속 버디 쇼를 보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4번 홀과 17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박인비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아쉬운 보기를 기록했지만 쭈타누깐이 이 홀을 파로 끝내 우승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박인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3라운드 부진에도)자신감있게 했던 게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긴 공백을 딛고 이룬 이번 우승에 대해 "지난해까지 투어에서 10년을 보냈는데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공백을 극복한 비결을 묻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어떤 마음자세로 골프를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고 밝히면서 "올해 메이저대회 우승을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쭈타누깐과 함께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슈퍼루키 박성현은 쭈타누깐에 이어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성현은 LPGA 투어 데뷔 대회에서 애초 내세운 '15위 이내'라는 목표를 뛰어넘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신인왕 경쟁의 독주를 예고했다. 지난 대회 챔피언 장하나가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미셸 위(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유소연은 합계 13언더파 공동 7위에 올랐고 이미림과 최운정이 합계 12언더파로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함께 공동 9위에 올랐다. 10위권에만 한국 선수 6명이 이름을 올렸다.

박인비의 우승으로 한국은 장하나(호주여자오픈), 양희영(혼다 LPGA 타일랜드)에 이어 3주 연속으로 LPGA 투어 우승자를 배출했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