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도루 100개 넘은 구단 없어
- 롯데, 두 자릿수 기록 2명뿐

야구에서 도루는 주자가 수비팀의 허점을 이용해 다음 베이스로 향하는 작전을 의미한다. 도루를 잘 활용하면 쉽게 점수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작전으로 여겨지지만, 다시 한번 ‘타고투저’ 국면으로 접어든 프로야구에서 도루가 사라지고 있다.
이번 시즌 프로야구가 막바지를 향해 가는 가운데 팀당 100경기를 넘긴 시점인 지난 8일 기준으로 아직 팀 도루 100개를 넘은 구단이 없다. 삼성 라이온즈가 71개로 1위에 올라있고, 롯데 자이언츠는 64개로 공동 4위 수준이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매년 100개 이상 도루를 달성하는 팀이 1개 이상 나왔지만 이번 시즌은 처음으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145개의 도루로 전체 2위에 오른 롯데도 이번 시즌은 ‘발야구’에서 멀어졌다. ‘돌격대장’ 손아섭이 16개로 팀 내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4위에 올랐고, 주로 대주자로 나서는 나경민이 14개로 뒤를 잇는다. 하지만 두 선수를 제외하고는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 중인 롯데 선수가 없을 정도다. 지난 시즌 롯데는 손아섭이 42개의 도루로 리그 2위를 차지했고, 롯데 국내 선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25개로 뒤를 이었다. 시즌 중반까지 롯데에서 뛴 짐 아두치(디트로이트 타이거즈)도 도루 15개를 올렸고 김문호가 12개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타격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도루가 주목받지 못하는 추세다. 팀 홈런 1위(178개) SK 와이번스는 도루에서는 42개로 최하위를 달린다. 최근에는 도루 과정에서 부상도 속출하며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6일 kt 위즈 이대형이 SK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던 중 베이스에 발이 걸리며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틀 뒤 SK 한동민도 똑같은 상황에서 왼쪽 발목이 베이스에 걸리며 내측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아 남은 시즌을 치를 수 없게 됐다.

도루가 줄어들고 있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롯데는 지난 8일 kt전에서 결정적인 도루 3개를 앞세워 역전승을 거뒀다. 1회와 3회 연달아 2루를 훔친 손아섭이 홈을 밟았고, 패색이 짙던 8회에 동점을 만들고 투입된 대주자 나경민이 도루에 이어 적시타 때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상대적으로 중심타선의 힘이 좋아져 도루 비율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올해 뛸 선수가 많지 않지만 작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도루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롯데 2016-2017시즌 도루 비교

2016 시즌 　팀 도루 145개(2위) 　1위 손아섭(42개·리그 2위)  　2위 황재균(25개·리그 7위)  　3위 아두치(15개)  　넥센 히어로즈 154개(1위)

2017시즌 (8일 기준) 　팀 도루 64개(공동 4위) 　1위 손아섭(16개·리그 4위)  　2위 나경민(15개·리그 5위)  　3위 번즈(7개) 　삼성 라이온즈 71개(1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