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뛰기 주은재 (BNK부산은행 육상팀)

- 잘하는 선수 훈련법 찾아 따라해보면 슬럼프 극복 도움줘

# 장대높이뛰기 이태성 (대청중3)

- 장대 잡고 날아오를 땐 ‘인간새’된 것 같아 짜릿

# 트랙 박시영 (세정상고 3)

- 스카우트 제의 많지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부산서 성적 내고파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을 뒤덮은 하늘은 흐렸지만 트랙 한쪽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의 표정은 밝디밝았다. “종목이나 소속은 다르지만 매일 같은 곳에서 훈련해서 친해요. 그런데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어색하네요.” 부산 육상의 현재를 대표하는 멀리뛰기 주은재(BNK부산은행 육상팀)와 미래로 주목받는 100ｍ 박시영(세정상고 3), 장대높이뛰기 이태성(대청중 3)이 마주 앉았다. 잠깐의 어색함이 무색하게 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솔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왼쪽부터 이태성, 주은재, 박시영. 사진=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국내 넘어 세계로 향하는 부산 육상

올해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일반부 우승을 차지한 주은재는 국내를 넘어 2017 타이베이 하계 유니버시아드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등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국제대회는 아무래도 긴장감이 더하죠. 장비 검사나 순서 확인 등 준비 과정이 복잡해서 트랙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데 그사이에 몸을 잘 풀어두는 게 관건입니다.” 그런 선배를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박시영도 고등부 트랙 경기에서 1위를 휩쓸며 현재 국가대표 후보 선수 명단에 들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내년에는 부산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그는 “단거리에서 한 번 빠르게 뛰고 나면 느끼는 개운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태성도 기대주다. “처음 장대를 딛고 날아올랐을 때는 신기하고 무서웠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내가 ‘인간 새’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짜릿하다”고 전한 그도 부산에서 육상 명맥을 이어갈 예정이다.

■ 부상과 슬럼프 “불안함을 떨쳐라”

궁금했던 걸 자유롭게 물어보라고 하자 가장 어린 이태성이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슬럼프는 없었나요? 운동하면서 힘들 때는 어떻게 극복하죠?” 선배인 주은재는 웃으면서 답했다. “작년에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1년을 쉬는 등 부상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이대로 끝나지 않고 더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하진 않았지. 불안한 생각이 들 때는 잘 하는 선수들의 영상이나 새로운 훈련법을 찾아보고 따라하면 도움이 될 거야.”

부산에서 육상 선수로의 경력을 이어가는 고민도 이어졌다. 박시영은 “솔직히 다른 시·도 대학이나 실업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았고 더 나은 환경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부산에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운동을 시작해 동아대 육상부 진학과 BNK부산은행 입단으로 부산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주은재는 후배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박)시영이가 대학에 진학하면 환경이 바뀌고 적응하는 게 어려울 텐데 가족이랑 있으면 마음이 편할 거야. 타지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부산대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거니 걱정하지 말렴.”

이날 후배들의 질문 공세를 온몸으로 받아낸 주은재는 “이 친구들이 저를 보고 있는 만큼 저도 앞으로 부끄럽지 않게 더 올라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 ‘비인기 종목’ ‘열악한 환경’ 우리가 바꿀 것

올림픽에서 육상은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기초 종목으로 주목받지만, 한국 육상은 관심에서 멀어져 힘든 환경에서 훈련을 이어간다. 구덕운동장 내 오래되고 열악한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이나 바닥이 딱딱한 트랙 위에서 선수들이 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다. 주은재는 “트랙을 새로 깐 다른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르면 오히려 적응이 안 돼 균형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평소에도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면 좋은 폼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육상 선수로서 가지는 자신감과 자부심은 세 선수 모두 입을 모아 같은 말을 전했다. “다른 사람이 ‘비인기 종목’ ‘힘들고 열악한 환경’이라고 해도 저희가 재미있고 흥미를 느낍니다. 위축돼 있지 않고 계속해나갈 겁니다.”

글=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