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시속 145㎞ 자신 있고
- 1000경기 못 채운건 아쉽지만
- 후배들 오래 뛰도록 지도할 것”

“부산을 떠나 야구 인생 18년을 마감하려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밤에 기차 타고 가는데 ‘이등병의 편지’ 노래가 생각나더라고요.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딱 지금 제 상황이었습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뛴 좌완투수 강영식이 올해부터 경찰청 투수코치로 활약한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현역 은퇴에 대한 회한이 진하게 묻어났다. ‘사직 마당쇠’ 강영식(37)이 4일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벗고 경찰청 투수코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2017시즌이 끝나고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강영식은 자신을 찾는 팀이 나타나지 않자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코치 제의를 받아들였다. “여전히 시속 145㎞는 던질 자신이 있어요. 코치로서 선수들을 지켜볼 때 순간순간 ‘나도 훈련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영식은 2000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2007년부터 거인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당시에 몸과 마음이 무너져 힘든 상황이었다. 롯데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정말 잘 챙겨줬다. 절로 ‘야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강영식은 불펜투수로 꾸준하게 활약했다. 프로 통산 18시즌 동안 750경기에 출전해 최다 출전 부문 단독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년 연속 5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강영식 위에는 조웅천(13년 연속 50경기)이 유일하다.

강영식은 “2012년 가을야구 등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강영식은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해 롯데를 한국시리즈 진출 문턱까지 이끌었다. “모두가 바랐던 승리를 확정 지어 가슴이 벅찼습니다. 우승을 못 한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어요.”

강영식은 지난해 종아리 부상으로 4경기 출전에 그쳤다. 최다 출전 1위(류택현·901경기)를 넘어 1000경기까지 뛰겠다는 강영식의 목표도 자연스럽게 무산됐다. 최종 통산 성적은 750경기 679이닝 32승 32패 11세이브 116홀드 평균자책점 4.31로 남았다. 강영식은 “지도자로서 후배들에게 다치지 않고 오래 뛰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각오를 밝히며 팬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롯데가 강한 팀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제가 한 축이 되지 못해 아쉽습니다. 마지막에 부족했던 모습을 채우고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거든요. 매번 잘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부산팬들에게 꼭 드리고 싶습니다.”

◇ 강영식 주요 기록

18시즌 750경기 출전- 최다 출전 부문 단독 5위

9년 연속 50경기 출전- 2007~2015년

통산 성적- 750경기 679이닝 32승 32패 11세이브 116홀드 평균자책점 4.31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