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선수생활 마감 가능성

‘빙판의 황제’에서 러시아 귀화와 도핑 의혹까지….

굴곡진 삶을 산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사진)이 3번째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강제 은퇴’ 위기에 몰렸다.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금지약물 복용) 사건을 조사한 캐나다 법의학자 리처드 맥라렌의 보고서에 그의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타스 통신은 23일 “빅토르 안이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동료인 데니스 아이라페와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의 출전도 허용되지 않았다”는 러시아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르트 엑스프레스’도 “빅토르 안과 동료 몇 명의 이름이 ‘맥라렌 보고서’에 올라가 있다”고 보도했다.

맥라렌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의뢰를 받아 도핑에 연루된 러시아 선수와 지도자들의 이름을 폭로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에 앞서 발간된 맥라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1~2015년 자국 선수 1000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

IOC도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자행된 러시아 선수단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 사건을 이유로 러시아 국가 차원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불허했다. 대신 약물 검사를 통과한 선수들만 개인 자격으로 평창에서 기량을 겨룰 길을 터줬다.

IOC는 최근 러시아가 제출한 평창올림픽 참가 희망 선수 명단 500명 가운데 111명을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레리 프루네롱 독립도핑검사기구(ITA) 위원장은 과거 도핑 문제로 징계당한 적이 있는 모든 선수를 명단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빅토르 안이 IOC가 작성한 ‘클린 선수 풀’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빅토르 안에 도핑 의혹이 제기됐을 경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한 구제도 시간이 부족해 평창행은 불가능하다. 도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선수 생활도 사실상 마감해야 한다.

러시아빙상연맹 회장 알렉세이 크라프초프는 “맥라렌 보고서에 빅토르 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빅토르 안은 2006 토리노올림픽 3관왕이다. 2008년 무릎 부상으로 세 차례 수술대에 오른 탓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해 2010 밴쿠버올림픽에는 나서지 못했다. 소속팀 성남시청까지 해체돼 시련을 겪던 그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해 2014 소치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지난 13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8 유럽 쇼트트랙선수권 남자 500ｍ에서 2위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다.

빅토르 안의 은사인 황익환 전 성남시청 감독은 도핑 의혹에 대해 “믿기 힘들다. (내가 러시아에서 가르쳤던) 2013년 5월까지 그런(도핑) 문제는 전혀 없었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