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장난을 좋아한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조별 예선전을 보면 그렇다. 한날 한시에 B조 공동 1위(1승1무)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각각 조 내 최 약체 팀, 가장 까다로운 팀과 16강 행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이기 때문이다.

먼저 눈여겨볼 경기는 26일 새벽 3시에 열리는 호날두의 포르투갈과 이란의 늪 축구 간 최종 3차전 대결이다.

이란은 B조에 커다란 안개를 드리운 장본인이다.

앞서 이란은 스페인을 상대로 전반 45분간 ‘늪 수비’라 불리는 질식 수비를 해 효과를 얻었다. 결국 후반전 9분 스페인에게 한 골을 내줬지만 늪 수비에 이은 매서운 역습을 선보였다.

이에 맞선 스페인은 득점왕 후보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 호날두는 스페인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의 3대3 무승부를 견인했다. 또 그는 모로코와 2차전에서도 헤딩골로 팀의 1대0 승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란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이란은 수비 위주의 축구로 일관하다가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득점왕인 알리레자 알리레자 자한바크슈와 사르다르 아즈문 등의 공격수가 역습을 노린다.

스페인은 포르투갈에 비해 수월한 상대를 만난다.

스페인은 26일 새벽 3시에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모로코를 상대한다. 모로코는 이번 대회 2패(승점 0) 최하위로, 탈락이 확정됐다.

모로코는 1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자책골로 졌지만, 2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호날두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시종일관 파상공세를 펼치며 선전했다. 그 결과 모로코는 슈팅, 돌파 성공, 점유율 수 모두 포르투갈보다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디에고 코스타와 실바, 이스코가 투톱으로 나서는 스페인의 화력에 불이 붙은 상황. 늪 축구를 선보인 이란도 결국 스페인에 골문을 열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