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좌완투수 브룩스 레일리에게 내년에도 함께 뛰자는 공식 의사를 보냈다. 새 외국인 투수 영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 짙지만 레일리가 내년에도 롯데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재계약이 힘들 거란 평가를 받은 외야수 앤디 번즈는 결국 부산을 떠나게 됐다.

브룩스 레일리(왼쪽), 앤디 번즈

롯데 자이언츠는 기존 외국인 선수에게 재계약 의사를 통보하는 기간의 데드라인인 지난 25일 레일리를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26일 밝혔다. 내년 시즌 레일리에 대한 우선적이고 독점적인 계약 협상 권리를 가진다고 명확하게 못 박은 것이다.

레일리는 애초부터 잔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2015년부터 롯데에서 4년을 내리 뛴 장수 용병인 만큼 국내 무대 적응과 검증을 마친 선수기 때문이다. 올 시즌 11승 13패 평균자책점 4.74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후반기에는 거인군단의 에이스다운 모습도 보였다. 특히 새 외국인 선수와 계약할 때 연봉(옵션 포함) 계약금 이적료 합계를 100만 달러로 제한한 새 제도 탓에 레일리만큼의 수준급 좌완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레일리의 올 시즌 연봉은 117만 달러(약 12억6000만 원)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기복은 최종 계약서 사인을 망설이게 하는 변수다. 레일리는 2016년 31경기에서 8승 10패 평균자책점 4.34로 부진했다. 이듬해 13승 7패로 부활했지만 올 시즌에도 상대를 가리지 않는 압도적인 완벽투는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보류선수 명단 포함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보험 성격도 크다. 재계약 의사 통보를 하고도 얼마든지 새 용병을 물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일찍이 “팀에서 오랫동안 뛰었고 조건만 맞으면 계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좋은 외인 카드가 나오면 배제할 수 있다”고 출구를 열어놓았던 이유다.

한편 번즈는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결별이 확정됐다. 두 시즌 동안 249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5리 252안타 38홈런을 기록했다. 2017년 첫해 ‘수비 요정’이란 찬사까지 들으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올 시즌 22개의 실책을 남발하며 불안한 수비력을 보인게 재계약 실패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거인군단은 리그의 트렌드로 부상한 외국인 선수 영입 속도전에도 아랑곳없이 정속 주행하며 내야수 자원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박장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