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무섭다 무서워. 엄청 들어가네.”

	부산 kt 양홍석이 9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인천전자랜드전에서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지난 7일 만난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질린 표정이었다. 부산 kt에 한 점 차 진땀승을 거둔 직후였다. 유 감독은 “kt 선수들은 돌아가면서 외곽 슛을 던진다. 빨려 들어가듯 다 들어가는데 어떻게 막나. KBL에 21년간 있으면서 이렇게 슛이 잘 들어가는 건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프로농구 부산 kt의 ‘양궁농구’가 리그 최강팀 감독도 두려워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애초 kt 서동철 감독이 선보인 양궁농구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 시즌 초반에만 반짝할 거란 분석이었다. 전력 균형이 떨어진 채 3점슛만으로 장기레이스를 끌고 가긴 어렵다는 전망도 잇따랐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롱은 경계에 이어 두려움으로 뒤바뀌었다. 절정의 슛 감각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 데이빗 로건과 마커스 랜드리뿐만 아니라 토종들의 슛까지 터져준 게 컸다. kt는 9일 인천 원정에서 전자랜드에 졌지만 12승 8패로 3위에 올라있다. 2위 전자랜드와는 불과 반 게임 차다.

kt는 리그 중반부로 향하는 현재까지 경기당 3점슛(11.1개)과 성공률(38%)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단신 용병 로건이 3.8개로 1위, 마커스 랜드리가 2.4개로 3위를 기록 중이다. 김영환 조상열 양홍석도 나란히 1.3개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고무적인 건 토종 센터들까지 외곽포에 힘을 보탠다는 점이다. 김민욱(205㎝) 이정제(203㎝) 등 빅맨들은 2, 3점라인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슛을 선보인다. 특히 김민욱은 장신이 무색할 정도로 고비 때마다 3점슛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7일 현대모비스전 3개에 이어 이날 전자랜드전에도 4개를 꽂았다.

토종들의 고른 활약이 가세한 kt는 갈수록 상위권 전망을 밝힌다. 유 감독이 “세 차례 대결을 치를수록 kt 국내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아진다”고 말할 정도다.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도 “키 큰 선수들도 3점슛이 가능한 팀이다.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kt가 고질적인 뒷심 부족마저 해결하면 전력이 더 향상될 거란 전망을 내놓는다. 뒷심 문제는 지역 농구계에서 서 감독에게 특별주문한 부분이기도 하다. kt는 지난 현대모비스전에 이어 이날도 내내 앞서다 막판에 역전을 허용했다. 6라운드까지 이어질 장기 리그서 뒷심 부족은 치명타다.

박종윤 부산시농구협회 부회장(전 KNN 해설위원)은 “10점 차로 앞설 때도 4쿼터만 되면 쉽게 추격을 허용하는 게 아쉽다”며 “지난 시즌 꼴찌를 하며 내재된 패배의 DNA와 안일주의를 단속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