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끼리 전술·철학 등도 공유
- 김학범 감독 “시너지 효과 기대”
- 벤투 감독은 일일 강사 나서기도

한국 축구에 연령대별 대표팀 간 상생이라는 훈풍이 불고 있다. 훈련·연습경기를 통한 실전 경험뿐만 아니라 감독이 가진 철학까지 공유해 전체 축구판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왼쪽부터 대표팀 벤투 감독, U-23 김학범 감독, U-19 정정용 감독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11일부터 열흘간 동계전지훈련에 들어갔다. 격전의 훈련지는 김학범호(23세 이하 대표팀)와 정정용호(19세 이하 대표팀)가 하루 먼저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울산이다. 대표팀은 3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 대비해 12, 13일 이틀간 빌드업과 압박에 초점을 맞춘 전술훈련을 반복했다.

이번 전지훈련의 백미는 오는 16, 20일 펼쳐질 김학범호와의 실전 맞대결이다.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막판까지 옥석을 가르는 데 김학범호만큼 좋은 대결 상대는 없다는 평가다.

A대표팀과의 한판 승부는 김학범호에도 호재다. 김학범 감독은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며 48명의 선수를 차출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해 치러지는 아시아 U-23 챔피언십 예선도 내년 3월 시작된다. 지금껏 만나보지 않은 가장 강한 상대와 도쿄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김학범호는 14, 18일 정정용호와 연습경기도 펼친다.

김 감독은 “꼭 국내가 아니더라도 겨울에 따뜻한 곳에 가거나 하는 식으로 우리끼리 경기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명장인 벤투 감독의 생각을 빨리 도입해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령대별 대표팀 간 상생은 선진 축구시스템에서 이미 대세가 된 지 오래다. 피파랭킹 1위 벨기에는 상생을 넘어 대표팀 간 전술까지 하나로 통일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소년팀도 국가대표팀과 같은 포메이션을 쓰면서 연령대별 전술 차이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막는 식이다.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덴 아자르(첼시) 같은 황금세대가 등장한 건 우연보단 노력의 결과다.

이웃나라 일본의 행보도 주목된다. 일본은 일찍이 각급 대표팀이 한 장소에서 합숙훈련까지 하며 연령대별 대표팀의 연속성을 다져왔다.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인 모리야스 하지메가 A대표팀 사령탑까지 맡는다.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올림픽, 월드컵까지 큰 전술적 흐름을 그대로 가져간다. 일본은 내년 6월 코파아메리카에 초청국 자격으로 A대표팀을 파견한다는 계획도 추진한다.

벤투, 김학범, 정정용 감독의 상생은 대표팀 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이날 잠시 짬을 내 대전에서 열린 KFA 기술 콘퍼런스에서 강사로 변신했다. 특히 벤투 감독은 국내 지도자 800여 명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가감 없이 공개했다. 판을 넓혀 한국 축구 전체의 상생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