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펜싱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유럽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국가대표 선수 8명 중 3명이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한체육회와 대한펜싱협회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19일 대한펜싱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헝가리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그랑프리 여자 에페에 출전했다가 지난 15일 귀국한 국가대표 선수에게 2주간 자가격리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A 씨는 이를 무시하고 지인과 지난 1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태안에 다녀왔다.

이들은 20일부터 오는 22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여자 에페월드컵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잠정 연기되면서 중도 귀국했다. A 씨는 국제대회에 함께 출전했던 B 씨가 거주지 울산에서 코로나19로 확진됐다는 연락을 받고 지난 18일 오후 3시40분께 태안군 보건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한 결과 이날 양성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거주하는 선수 C 씨도 이날 같은 판정을 받았다.

대한펜싱협회는 감염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협회는 자가격리를 에둘러 권고한 게 전부였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20일 우즈벡 대회를 앞두고 출국 때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대회가 취소되면서 지난 15일 귀국했고 이때 역시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선수촌에서 오는 24일 이후 입소하라고 안내하자 A 씨는 어머니 혼자 계신 서울로 바로 갈 수 없어 태안 펜션에 조용히 쉬러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의 강력한 조치만 있었으면 선수가 태안까지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한체육회 역시 자유로울 순 없다. 진천선수촌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지난달부터 입촌 선수들의 외출·외박을 통제하고, 체온 등 몸 상태를 매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에 따르면 입국 선수들에 대해선 입촌을 연기했다. 오는 24일을 입촌일로 지정해 그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했다.

펜싱계는 추가 확진자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헝가리에서 귀국한 대표팀 규모는 여자 에페와 남자 에페 대표팀, 월드컵 준비를 위해 헝가리에 갔다가 남녀 에페 대표팀과 같은 버스를 탄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 트레이너 등 총 30명이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