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마무리투수로 데뷔한다. 기대했던 선발이 아닌 마무리투수로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맞는 김광현은 담담하게 자신의 임무를 받아들였다.

22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 라디오방송인 KMOX에 따르면 김광현은 화상 인터뷰에서 구단이 자신을 마무리투수로 낙점한 것과 관련해 “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팀과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많은 경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새로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국내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에서 줄곧 선발투수였다. 김광현은 2007년 SK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298경기에 출장했는데 이 중 276경기에 선발투수로 투입됐다. 정규리그에서 홀드가 2개 있지만, 세이브는 없다. 2010년과 2018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선 SK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팀 우승을 확정짓는 공을 던졌다. 김광현은 “마무리투수가 던지는 모든 공이 중요하기에 자신 있게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무리투수로 전환해서 좋은 점도 있다고 했다. 김광현은 선발투수로서 지켜왔던 각종 루틴에서 해방됐다며 웃었다. 그는 “선발 등판 전날에는 육류를 먹지 않고, 등판일 1시간 전에는 달리기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마이크 실트 감독은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김광현의 장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은 첫 스프링캠프를 훌륭하게 잘 치렀다”면서 “경험이 풍부한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로 뛰어도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불펜행이 실력 부족 탓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는 뉘앙스다.

실트 감독은 이어 “김광현은 볼넷을 적게 내주고, 땅볼 유도를 잘한다.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공의 움직임도 좋으며, 위기 상황에서 던진 경험도 많다”며 “이런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 김광현이 마무리 자리에서도 팀에 안정감을 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애초 세인트루이스는 조던 힉스에게 마무리투수를 맡길 계획이었지만 그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올 시즌 불참을 선언했다. 새 마무리투수를 정해야 했던 세인트루이스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키고 김광현에게 뒷문을 맡기기로 했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