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체구에도 드라이버 250ｍ

‘골프 신동’의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 가동초 손제이(6학년) 군은 31일 경북 구미CC에서 열린 제51회 전국소년체전 초등 남자부(13세 이하)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1위를 차지해 2관왕에 올랐다. 소년체전 골프 경기에서 부산 선수가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딴 것은 36년 만이다.

제51회 전국소년체전에서 남자 초등부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손제이 군. 오른쪽 사진은 손 군이 드라이버 샷을 치는 모습. 손제이 군 아버지 제공

이날 2라운드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 타이인 68타를 기록한 손 군은 1, 2라운드 합계 2언더파를 적어내 생애 첫 소년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처음 출전한 소년체전에서는 3위에 그쳤다.

지난 30일 1라운드에서 74타를 기록하며 7위로 다소 부진했던 손 군은 이날 선두와 5타 차이를 극복하고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버디만 6개 잡아내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손 군은 초등부 단체전에서도 해림초 김시우(6학년) 군과 조를 이뤄 금메달을 따냈다. 단체전은 두 선수의 개인전 스코어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손 군은 이번 소년체전을 포함해 올해 9개 대회에서 8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등 거침없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6살 때 아버지 손종인 씨의 손에 이끌려 스크린 골프장에서 처음 골프를 접한 손 군은 유치원생인 7살 때 한국주니어 골프협회장배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매년 우승 커리어를 쌓아갔다.

초등 1학년 때 2회, 2학년 3회 , 3학년 4회, 4학년 7회, 5학년 7회 등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며 대회를 휩쓸고 있다. 지난해 탁월한 기량을 선보인 손 군은 초등 5, 6학년 가운데 전국대회 3위 이내에 입상해야 가능한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에 뽑혔다.

손 군의 아버지는 “아이 엄마가 필드 하키 선수 출신인데 엄마의 뛰어난 유전자를 물려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163㎝, 52㎏의 다소 왜소한 체구에서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장타력은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아마추어 골퍼가 치는 화이트 티에서 드라이버 비거리가 무려 250ｍ에 달한다. 또래 선수들이 170㎝, 70㎏대의 체격을 갖춘 것에 비하면 체구는 작지만 파워는 엄청난 셈이다.

손 군도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장타자 저스틴 토마스(미국)를 롤 모델로 꼽았다. 그는 “공을 치고 멀리 날아가는 게 재미있다. 드라이버를 칠 때는 어드레스와 체중 이동에 신경을 쓴다”면서 “PGA에 진출해서 많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까지 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프로의 지도를 받은 손 군은 현재는 혼자 연습 중이다. 손 군의 아버지는 “여건이 맞지 않아 지금은 경기도의 한 프로에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열악한 훈련 인프라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손 군을 후원하는 정한식 우성종합건설 대표는 “열악한 훈련 환경 속에서도 놀라운 성장을 보이는 손제이 군이 오히려 고맙다. 지역의 골프 유소년이 잘 성장해서 끊어진 남자 골프의 맥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부산에서 남자 대회인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주최하고 남자프로골프단을 운영한다. 손 군을 비롯한 지역의 골프 유망주 육성에도 아낌없이 지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