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벼랑 끝에 몰렸다. 호주에 패하고, 일본에 콜드게임을 당할 뻔한 것도 모자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도 가능성은 남았지만 상당히 어렵게 됐다.

　한국은 지난 10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4-13으로 대패하면서 2패로 B조 최하위가 됐다.

　세부 성적은 더 나쁘다. A조와 B조 10개국 중 팀 평균자책점이 11.12로 꼴찌다. 가장 많은 4개의 홈런을 맞았고, 사사구는 14개, 거기다 피안타율도 0.343이었다. 마운드가 붕괴한 것이다.

　그렇다고 타선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팀 타율(0.200)과 팀 OPS(0.697) 모두 10개국 가운데 9위다. 여기에 적시타도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2013년 3회 대회 이후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놓인 한국이 8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없을까.

　일단 체코전이 중요하다. 자국 세미 프로리그 선수가 주축인 체코는 중국을 8-5로 꺾고 첫 번째 WBC 출전에서 승리를 챙겼다. 체코는 상당히 흥미로운 팀이다. 구원투수 마르틴 슈나이더는 소방관, 외야수 아르노슈트 두보비는 고등학교 지리 교사, 마리크 미나리즈크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등 대부분의 선수가 생업을 위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파벨 하딤 감독도 뇌외과 전문의가 본업이다.

　만약 체코가 호주를 꺾고, 한국이 체코와 중국을 연달아 제압하면 한국과 호주, 체코가 나란히 2승 2패로 동률을 이루게 된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순위 산정은 승률∼승자 승∼팀 실점∼팀 자책점∼팀 타율 순이다. 3개국이 2승 2패가 되면 서로 승패가 맞물려 3개국 간 경기의 팀 실점이 적은 팀이 조 2위로 2라운드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호주가 체코와 중국에 모두 패한다면 1승 3패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 나란히 2승 2패를 거둔 한국과 체코 중 한국이 승자 승으로 2위가 된다. 이런 가정은 우리나라가 체코에 승리해야 성립할 수 있다. 그것도 큰 점수 차로 이겨야 한다.

　한국은 체코와 12일 정오에 경기를 치른다. 김희국 기자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