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마지막 신인왕’, ‘롯데 자이언츠 마지막 우승 멤버’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면 단 한 사람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바로 ‘안경 에이스’ 염종석 감독이다.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동의과학대 선수들. 박세종 PD

부산야구실록 취재진은 10일 오후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현대차드림볼파크를 방문했다. 부산야구실록 제2화의 주인공인 염종석 감독이 이곳에서 동의과학대 야구부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의과학대 야구부는 2021년 창단한 2년제 대학 야구부다. 창단 과정에서 염종석 감독이 대학 측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염 감독은 올해까지 3년 동안 감독직을 역임해오고 있다. 2021년은 창단하자마자 1학년 선수만으로 KUSF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에 오르는 등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올해는 KUSF 대학야구 U-리그 C조에서 4승 2무 2패의 성적(5월 15일 기준)으로 12개 팀 중 3위에 오르는 등 순항 중이다.

부산야구실록 취재진은 이날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로서 염종석 감독의 야구관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동의과학대 야구부 창단 선포식 당시의 모습. 국제신문DB

부산야구실록(이하 ‘부’) :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염종석 감독(이하 ‘염’) :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염종석입니다. 3년 전에 동의과학대를 창단해서 현재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들하고 운동장에서 열심히 뒹굴고 있습니다.

부 : 감독님이 이끌고 있는 동의과학대 야구부를 소개해주세요.

염 : 3년 전에 제가 KNN에서 해설 관련 방송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이 지금의 동의과학대 총장님과 연결해주셨습니다. 총장님께 동의과학대 창단과 관련해 제안을 드렸고 총장님이 또 흔쾌히 빠르게 결정해 지금 야구단을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에 진출하지 못할 때 대학에 진학하지만 선발 인원이 적습니다. 대학 야구부 창단을 통해 학생들이 한 번 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창단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부 : 이미 야구팀이 있는 학교에 감독으로 부임해도 무방하셨을 텐데 창단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염 : 프로구단에서 지도자로 활동한 후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마추어 야구 감독을 포함한 지인과 많이 만났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하지 못할 때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년제 대학 야구부 창단으로 아마추어 선수들이 다시 한 번 더 프로에 도전을 해볼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미 창단된 팀에 부임한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하게 감독직을 맡고 있습니다.(웃음)



부산야구실록 담당 피디는 1992년생으로 롯데가 마지막으로 우승하고, 염종석 감독이 신인왕을 타던 해에 태어났다. 즉, 단 한 번도 롯데의 우승을 눈으로 확인한 기억이 없는 세대이다. 취재진 역시 이와 관련된 질문을 취재 구상 초기에 떠올렸다. ‘이심전심’이었다. 롯데 팬 역시 취재진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취재진은 팬들이 궁금해 하는 다양한 질문을 취합해 염 감독에게 건넸다.

염 감독은 취재진에게 ‘아직도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 팬이 있느냐’고 물었다. 롯데의 상징이 된 ‘안경 에이스’에게 여전히 많은 팬이 관심을 보였다고 했지만 염 감독은 ‘최동원 선배가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 안 계시기 때문에 저를 기억해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1992 시즌 우승을 이끌었던 ‘안경 에이스’ 염종석 선수. 국제신문DB

부 : 100승을 채우지 못하고 한 은퇴해 아쉬움이 많이 남지는 않으신가요?

염 : 은퇴 당시 인터뷰도 많이 했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아쉽죠. 지금은 은퇴한 지가 15년이 지났기 때문에 좀 무덤덤합니다. 당시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부 : 당시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유력했지만, 식사하던 자리에서 보이던 사직구장을 보고 이내 마음을 바꿨다는 이야기는 팬에게 전해지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감독님에게 ‘사직야구장’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염 : 2008년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운영부장님이 ‘종석아, 차 한 잔 하자’고 부르셨는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 때 선수로서의 은퇴와 코치 연수를 권유받았습니다. 당시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고려했지만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에 와서 3루 더그아웃에 앉고, 롯데를 상대로 공을 던질 생각을 하니 눈물이 많이 흘렀습니다. 제가 사실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하지만 제 야구장만큼은 단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자부심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사직야구장은 저에게 있어서 ‘제2의 고향’이 아닌 ‘제2의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염 감독이 주목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김민석 선수(왼쪽), 박세웅 선수. 국제신문DB

부 : 현재 롯데 자이언츠에서 눈여겨보는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염 : 타자는 요즘 가장 핫한 김민석 선수입니다. 김 선수가 타율이 높지는 않지만 적재적소에 좋은 안타를 쳐주며 성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신인왕 경쟁에 도전을 해볼 수 있습니다. 투수는 역시 박세웅 아니겠습니까. 박 선수가 어떤 큰 경험(포스트시즌 진출, 준우승, 우승 등)을 하면서 본인의 퍼텐셜을 터뜨릴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합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에이스 3인. 국제신문DB

부 : 지금 프로 현역으로 뛰고 있다면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가 있습니까?

염 : 역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강백호(KT 위즈) 선수 아니겠습니까. 제가 현역 생활을 할 때 좌타자들에게 정말 약했습니다. 양준혁·이승엽·이병규 선수 등 많은 선수들에게 약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로서 우리나라에서 타격으로 손꼽히는 이정후·강백호 선수와의 승부는 욕심이 좀 날 것 같습니다.

부 : 1992년 가장 좋으셨을 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승부가 됐을까요?

염 : 1992년 선수 생활 당시 제가 불 같은 강속구를 던지던 투수는 아니었지만 완급 조절만큼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제가 마음 먹은 대로 잘됐습니다. 당시의 기량으로 승부한다면 ‘두 선수의 3할 타율 기록에 제가 방해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자신감은 있죠.(웃음)

부산야구실록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 중인 염 감독. 최철웅 인턴

1992년 우승 당시를 회고하는 염 감독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그리움 등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취재진은 인터뷰를 통해 염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이 재미있고 깊은 울림을 받았다. 염 감독과의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부산야구실록 염종석 2편을 통해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