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서 복귀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사진)가 올 시즌 초반부터 우려를 씻고 맹타를 휘두르자 “이정후 걱정은 사치”라는 말을 다시 실감하게 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물음표가 남은 부분이 있었다. 100마일(160.9㎞)을 넘나드는 메이저리그(MLB) 투수들의 강속구 대응 여부다.
마지막 물음표까지 지워버렸다. 이정후는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를 쳤다. 개막전을 제외하고 이후 8경기에서 안타 행진을 이어간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33(36타수 12안타)이다.

이정후는 1회 첫 타석에서 잘 맞은 땅볼을 쳤으나 2루수에게 걸렸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시즌 첫 홈런을 ‘너무 넓은’ 홈구장 오라클 파크 때문에 놓쳤다. 2볼에서 신시내티 선발 헌터 그린의 시속 99.6마일(약 160.2㎞) 낮은 강속구를 퍼 올려 외야 우중간 깊숙한 쪽으로 타구를 보냈다. 맞는 순간 홈런처럼 보였지만 워닝 트랙에서 우익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비거리가 무려 384피트(117ｍ)였다. 스탯캐스트 자료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베이스볼서펀트’에 따르면 기대 안타 확률 0.850, MLB 30개 구장 가운데 19곳에서는 홈런이 됐을 타구였다.

이정후는 팀의 완봉패 위기에서 9회 마지막 타석을 맞이했다. 앞선 두 명의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며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는 상대 선발 그린을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쳤다. 풀카운트에서 그린의 시속 99.7마일(약 160.5㎞)짜리 강속구가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면서 들어왔지만 우중간 안타를 만들었다. 완봉승을 눈앞에 뒀던 그린은 이정후에게 안타를 내준 뒤 힘이 빠졌는지 후속 타자 맷 채프먼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신시내티 선발 그린은 9회 2사까지 투구 수 104개를 기록했다. 포심패스트볼이 59개였는데, 최고는 시속 100.7마일(약 162.1㎞), 평균은 시속 99.1마일(약 159.5㎞)의 엄청난 강속구를 9회까지 뿌렸다. 이런 투수의 강속구를 제대로 공략해 빠른 볼 대처도 문제없음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수비에서도 두 차례 슬라이딩 캐치로 박수를 받았다. 팀은 상대 선발의 호투에 밀려 0-2로 패배, 연승 행진이 7경기에서 멈췄다.